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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녹색채권' 발행 1년새 3배 급증'…"국내 기준 마련 시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승현 기자
2020-06-01 15:30:17

전 세계 그린본드 붐…비금융사 발행 급증

[사진=Pixabay 제공]

 지난해 국내외 기업들의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채권은 지속가능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 발행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녹색채권도 1년 새 3배까지 증가한 만큼 이에 맞춰 국내 녹색채권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채권은 13조7000억원으로 2018년 4조5500억원의 3배 규모로 증가했다. 국내기업의 원화 녹색채권 발행규모도 2018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2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중부발전이 지난해 1월 3억달러 규모로 녹색책원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캐피탈, KB국민은행 등 금융사와 LG화학, 한국수력원자력, 포스코 등 비금융사도 녹색채권을 적극 발행했다. 6월에는 정부가 5억달러 규모를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전기 자동차 등의 친환경적인 활동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된다.

녹색채권 붐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움직임이었다. 지난해 전 세계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2577억 달러로 2018년에 비해 51%나 증가했다. 총 51개 국가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했으며 발행규모는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순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은 12위를 기록했다.

특히 비금융사들의 녹색채권 발행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 녹색채권 발행기업 중 비금융사의 발행규모는 지난해 593억달러로 2018년 295억달러에서 2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사의 발행규모는 같은 기간 497억 달러에서 550억달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들의 녹색채권 붐은 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녹색채권을 발행함으로써 기업은 녹색성을 상징적으로 부각시켜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ESG 또는 책임 전문 투자자의 유입을 통해 기업의 투자자 및 주주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 주주총회 리뷰 기관투자자의 주주 관여 현황 및 해외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ESG 관련 주주 관여 활동의 비중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58%로 확대됐다. 반면 주주환원 및 재무구조 개선안은 같은 기간 58%에서 35% 줄었다.

박동빈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주주관여 내용을 보면 지난해에 비해 ESG 관련 주제의 주주관여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앞으로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ESG 주주관여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 운영지침’을 제정하고 오는 15일 전용 섹션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ESG 전용 세그먼트에 등록될 수 있는 채권은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채권 중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의 '녹색채권 원칙', CBI(국제기후채권기구)의 '기후채권기준'을 통과한 것이어야 한다. 상장될 채권의 종류는 '녹색채권'(친환경 프로젝트 등에 투자되는 채권) '사회적채권'(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되는 채권) '지속가능채권'(친환경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되는 채권' 등 3개 종류가 된다. 

국내 녹색채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한국거래소가 원화 녹색채권의 급격한 증가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환경이슈가 대기오염물질,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인 만큼 국내 특성과 환경에 따라 현 실정에 맞는 녹색채권 기준 및 녹색 프로젝트 분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규준과의 정합성을 맞추면서도 국내 실정에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야 국내녹색채권시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원화 녹색채권에 대한 지원제도 마련을 통해 녹색채권 발행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행 및 운영비용을 지원하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해당분야 성과가 우수한 채권 또는 발행기관에 대해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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