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 미지급 유류비를 탕감해줄 것을 요청했다. 두 업체로부터 항공유를 공급받던 이스타항공은 유류비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이들 정유사로부터 지난 3월 말 급유 중단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스타항공이 미지급한 유류비 규모는 총 125억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GS칼텍스는 "유류비 탕감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오일뱅크도 "이스타항공으로부터 요청받은 것은 맞다"며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우리 회사에 미지급한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긴 하다"며 "정해지면 따로 발표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검토 중"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1분기 각사별로 조단위 적자를 기록하는 등 탕감을 해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내 정유4사가 1분기에 기록한 적자는 총 4조3775억원에 이른다. 월평균 배럴당 정제마진이 △4월 -0.8달러 △5월 -1.5달러 △6월 -0.5달러 등을 기록해 2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에 나섰던 제주항공은 15일까지 체불임금·유류비 등 미지급금을 포함한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제주항공이 추산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170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임직원 자체 투표를 진행해 2개월치 임금반납에 동의하면서 체불임금 규모를 상당부분 낮췄다. 지난 2월부터 누적된 체불임금은 약 250억원 수준이지만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납키로 한 지분을 통해 약 185억원, 임직원 임금반납을 통해 70여억원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미지급금을 당장 해결할 1700억원이 있었다면 회사를 매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체불임금이 어느정도 해결된 데 이어 유류비 등 다른 채무에 대해서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