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IT 플랫폼 강자 네이버에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가 온라인부동산정보시장 1위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정보를 카카오에 제공되지 않도록 방해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자 네이버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네이버 쇼핑·동영상 등 다른 플랫폼 서비스에도 불공정 행위 여부 조사를 벌이고 있어 본격적인 포털 제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6일 공정위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배타조건부 계약을 맺으면서 카카오에 정보 제공을 막아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며 시정명령과 10억3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공정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특별전담팀이 맡은 사건에 대한 첫 제재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CP)들과 제휴해 매물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2015년 카카오가 비슷한 모델을 도입하려고 하자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카카오와 제휴를 맺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한 '멀티호밍(multihominig·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차단'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에 네이버는 "공정위가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하는 정보란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의 확인 매물 정보로,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2009년 네이버가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업계 최초로 개발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면서 "네이버 부동산 확인 매물 정보는 관련 특허도 2건 받았다"며 "도입에 앞서 기존 경쟁사들인 부동산 정보 업체들과 공동 작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득이 독자적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매물 검증 시스템 구축·유지를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운영 업무를 위탁했었다"며 "이런 시스템을 거친 확인 매물 정보는 네이버와 부동산 정보 업체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운영됐다"고 덧붙였다.
허위 매물 근절을 위해 부동산 정보업체·KISO 매물검증센터·네이버 등 3단계를 거치는 '확인 매물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는데, 카카오가 부동산 정보업체들하고만 제휴를 맺으면서 확인 매물 정보를 '무임승차'로 받으려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카카오는 네이버 '확인 매물 정보'를 아무 비용이나 노력 없이 이용하려 시도했고, 네이버는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카카오에 KISO에서 매물 정보를 전달받는 별도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한다고 했으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며 "카카오가 네이버 제휴 업체들과 제휴를 시도한 것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확인 매물 정보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혁신과 노력을 통해 이용자 선택을 받은 결과를 외면하고 무임승차 행위를 눈감는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혁신은 사라지고 모든 경쟁자가 무임승차를 기대할 것"이라며 "당사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부동산 정보 서비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법적·제도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네이버 반박에 대해 "매물정보 수집을 부동산 정보업체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당 시스템과 정보를 네이버의 '지식재산권'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원 회의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