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에 연고를 둔 BNK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관리가 주먹구구식이라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제기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사항 5건, 개선사항 1건의 제재를 받았다.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선발 과정에서 내부 추천을 받은 임원에게 1차 서류심사를 생략하는 특혜를 제공했고 사외이사 후보군의 추천 경로도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진행돼 충분한 자질을 갖춘 후보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다.
BNK금융은 그동안 CEO 후보를 공모할 때 지주사나 계열사 소속의 현직 임원이 후보군에 오르면 연 1회 자격요건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1차 서류심사를 생략했다. 금감원은 이를 두고 BNK금융 소속 후보군과 외부 후보군의 공정 경쟁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 계획에 따라 임원 자격요건을 검증하는 절차를 시행해도 공식적인 CEO 후보군 공모과정에서는 경쟁의 출발점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BNK금융의 사외이사 구성도 지적을 받았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사내이사)을 제외한 이사회 멤버들과 관련, 금감원은 이들의 전문분야가 특정 분야에 국한돼 있으며 사외이사 후보군의 추천 경로도 내부적으로만 이뤄져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고 봤다.
BNK금융의 사외이사는 정기영 이사회의장을 비롯 차용규·문일재·유정준·손광익·허진호·김창록 이사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사외이사의 주요경력이 경영·경제, 법률, 회계 분야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심사·선정·관리하는 사외이사 후보군의 경우 추천 경로는 이사회 사무국과 현직 사외이사로만 편중돼 있었다. 대다수 금융그룹의 임추위가 사외이사 후보군을 선정하는 주체로 주주, 이해관계자, 외부자문기관을 활용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BNK금융은 임추위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점에 임박해서야 명확한 사유 없이 후보군이 대거 이탈하거나 제외되는 등 상시적 관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사외이사 후보군에 올랐어도 심층 인터뷰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외부전문기관 등 다양한 추천 경로를 활용해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후보군을 확보하고, 사외이사 후보군의 자격·역량에 대한 검증횟수도 연 1회에서 더 늘리는 등 상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
이어 사외이사의 전문분야를 더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보완할 것도 전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 등에 대한 형사절차 개시와 같은 중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를 '이사회 규정'에 명시적 보고사항을 규정해 이사회 보고의 적시성, 충실성, 기록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를 공시항목에서 누락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BNK금융은 △은행 자회사의 금융투자상품 취급 관련 △자회사의 자금세탁 방지체계 관련 △자회사의 고객알림서비스 관련 내부통제 강화 △그룹 내부통제협의회의 콘트롤타워 기능 보강 등을 주문한 경영유의사항을 전달받았다.
금감원은 '임원 보수체계와 성과평가기준'에 대해선 무분별한 성과급이 지급된 사실을 지목하며 '개선사항'으로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이런 내용의 경영유의사항과 개선사항을 BNK금융측에 전했다.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에 따라 '경영유의사항'은 경영상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영진의 주의 등이 필요할 때, '개선사항'은 업무운영 내용 등이 불합리해 개선이 필요할 때로 명시한다. 경영유의사항은 6개월 이내, 개선사항은 3개월 이내 당국에 조치내용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BNK금융은 현재 금감원 지적에 대해 담당부서가 검토를 진행중으로 내부 자료인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계획'을 살피고 있다.
BNK금융 관계자는 "경영유의·개선사항을 전달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은 확정된 사항을 밝히기에 이르다. 소관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며 "정해진 시한 내 당국 보고를 마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