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해당 펀드가 투자한 현지 부동산이나 기업 가치가 떨어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소규모 인원으로 꾸려진 운용사의 경우 해외로 실사를 나가기 어렵고, 완화된 규제 탓에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 판매되는 구조 개선도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다.
◆ 환매 중단된 펀드, 올해만 2조1000억원대 추산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순자산 3600억원 규모의 사모재간접공모펀드인 '키움 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 환매 중단을 판매사들에 통보했다. 이는 펀드가 편입한 자산 중 'H2O멀티본드'와 'H2O알레그로'에서 부실 위험이 감지한 데 따른 조치다. 브이아이자산운용도 같은 자산을 담은 'H2O멀티본드전문투자형사모펀드'에 대해 환매를 중단했다. 규모는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교보증권에서도 100억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발생했다. 펀드 운용사인 탠덤 인베스터스 측이 당초 약속했던 운용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반영되면서 투자한 대출채권 145개 중 부실채권(NPL)이 143개로 급증했는데, 운용사가 정상채권으로 돌린다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앞서 국내에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5000억원 규모의 옵티머스 펀드 사태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최근 굵직한 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 규모만 2조1000억원대에 육박한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금융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환매 중단 사태가 일반적인 금융시장 상태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나 올해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금융시장 변동성 워낙 높아지다보니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펀드에서 인지하는 위험도 기준을 100으로 잡았는데, 200까지 올라가게 되면 부실 펀드가 발생하고, 손실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현지실사나 분석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채 '깜깜이 투자'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소규모로 운영되는데, 사실상 현지 상황을 정확히 조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조사해보니 운용사 평균 인원이 30~50명 수준인데, 백오피스나 마케팅과 같이 실제 운용과 다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해외로 실사를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정확한 실사와 더불어 펀드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한 상태에서 상품을 설계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대로 상품 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사에 전달하고, 판매사들은 또 검증 절차 없이 판매하다보니 문제가 확산되는 구조"라며 "투자자산을 실제로 들여다 보고 탐색해 투자자산을 완전히 인지한 다음에 투자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로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규제 강화·투자자 위험 인식 필요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모니터링과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2015년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2018년에는 사모펀드 투자자 수 상한이 49인에서 100인으로 늘리고 펀드 쪼개기를 용인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펀드 판매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올렸고, 사모펀드를 쪼개서 파는 것도 금지했다. 외부감사 강화하고 자전거래를 제한할 계획이다.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판매사와 투자자들에게 위험도가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고지하는게 중요하다"며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펀드에 가입할 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데,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