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A-, 안정적)은 4일 6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 단일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 흥행 시 최대 1200억원으로 증액발행한다. 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한화건설은 A-등급 민평금리에 0~+1.4%포인트 가산한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했다. 이자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자금조달 자체에 총력을 다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지난해 5월 미매각 사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10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주문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자 물량이 집중되는 탓에 회사채 수요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건설은 모집금액을 전년 대비 대폭 줄였다. 오는 3월을 시작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만 4150억원에 달해 연초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 투심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채 발행이 시장 눈치를 살피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초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사업 관련 미수금 증가 등이 발생하면서 순차입금(2019년 1조3720억원→2020년 9월 말 2조853억원)이 크게 늘어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시장 투자 심리는 다소 완화된 상황이다. 국제 유가도 회복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내 코로나19 통제 등으로 공사 진행이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라크 사업은 단기 내 한화건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화건설이 연대보증과 채무인수를 제공한 PF 차입금 규모는 1500억원이다. 장기 미착, 준공 후 미회수 현장 등으로 구성돼 있어 자금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해 한화건설이 금리밴드를 파격적으로 제시한 것 같다”며 “규모가 작고 금리 메리트가 있어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