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하지만 국내 재계에는 여성의 날이 조금 일찍 찾아온 듯하다. 지난달부터 4대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그 이유다.
GS건설은 지난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주총 의결을 거쳐 GS건설의 새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며,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조 변호사는 GS건설이 사상 처음으로 선임한 여성 사외이사다.
GS건설 측은 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배경에 대해 “이사회 내에 ESG와 공정거래, 준법지원 및 각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검찰에서 ‘여성 1호’ 타이틀을 만들어온 인물로, 국내 대표 여성 법조인이다.
지난 1989년 검사 임관 이후 여성 1호 부장검사·차장·지청장·검사장·지검장을 지냈다.
㈜한화도 최근 사상 첫 여성사외이사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올릴 계획이다.
박 교수는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심사기구 의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올해 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 2019년 국내 교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된 이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다. 한국 항공우주학회 최초 여성 이사이기도 하다.
현대모비스도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도 각각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 부교수와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를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LG그룹도 계열사 전반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LG전자를 필두로, △LG하우시스 △지투알 △(주)LG △LG유플러스 등도 각각 업계 전문가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도 기존의 여성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혈안이 된 것은, 내년 8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늦어도 내년 7월까지는 이사회에 여성 등기이사가 한 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남성 일색이던 기업 이사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