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퇴출 위기에 놓인 백화점 와인 소매 자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거액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롯데칠성의 엠제이에이와인(이하 MJA) 부당 지원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억8500만원(롯데칠성 7억700만원, MJA와인 4억7800만원)을 부과하고 롯데칠성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MJA는 지난 2009년 4월 롯데 그룹에 편입됐다. 롯데칠성이 100% 지분을 보유했다. MJA는 2019년 현재 45개의 백화점 내 매장에서 와인 소매업을 운영하고 있다. 점유율 2위의 유력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와인을 저가로 공급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MJA를 도왔다.
2011년 MJA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롯데칠성음료는 2012년 1월부터 MJA에 공급하는 와인 원가를 지속적으로 할인해줬다. MJA의 원가율(판매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77.7%에서 2019년 66%로 떨어졌다.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도 11억2300만원에서 2019년 50억9700만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 9월부터는 MJA의 판촉사원 용역비용도 롯데칠성음료 측이 대신 부담했다. 자사 직원들에게 MJA의 기획·영업 등 핵심 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MJA의 손익을 개선하고 백화점 판매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부당 지원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롯데칠성은 백화점 등 소매 채널에서 와인을 직접 판매할 수 없었다. 당시 주세법 시행령은 수입 주류 유통의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주류 유통업·판매업 등의 겸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와인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면 소매 법인 MJA가 필요했던 이유다. 2012년 2월 겸업 금지 규정이 폐지됐지만 여론 악화 우려 등에 따라 MJA를 통해 와인 소매업을 유지했다.
공정위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롯데칠성음료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MJA에 총 35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봤다. 2011년 자본금을 다 잃었던 MJA가 2014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고 2016년부터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지원으로 인해 다른 경쟁 사업자가 백화점 와인 소매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저해됐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불공정한 수단으로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행태가 사라지고, 건전한 시장 경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