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지난 6~7월 두 달간 세 차례나 공장을 세우며 생산량을 조절했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제품을 수출해야 하는데, 배를 구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공장을 세웠다. 생산 차질을 빚은 타이어만 하루 평균 10만~15만개로 추정한다. 제품 특성상 무겁고 부피가 커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없다. 컨테이너선이 유일한 운송 수단인데, 가격은 제쳐놓고 선박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타이어 주요 수출 지역인 북미 지역과 유럽의 경우 컨테이너선 운임이 1년 새 3~6배 상승했다. 타이어 주원료인 천연고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운반비 부담까지 커진 셈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미국·유럽 시장 내 전기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3분기 호실적을 기대하는 관측도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안심할 수 없다. 지금까진 선박 섭외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자동차 연관 기업인 폴리에스테르 생산업체 휴비스도 울상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33% 준 101억원에 불과했다. 자동차 내장재·필터 용도 등 LMF(저융점 접착 섬유) 수요 증가로 매출액은 늘었지만, 물류난으로 영업이익은 악화했다.
대형 항공사는 웃지만, 저비용항공사(LCC)는 딴 세상에 살고 있다. 여객 의존도가 높은 LCC는 지난해부터 화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타개책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수익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물류 네트워크가 부족한 데다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대형기종이 없다.
기체 자체가 작은 탓에 싣는 화물량도 적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37만2757t)과 아시아나항공(17만3327t)이 해외로 실어나른 화물 규모는 54만 6084t 정도다.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5곳이 실어나른 화물 규모는 2393t으로 200배가 넘는 차이다.
항공 운임으로 최대 실적을 낸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들은 올해 2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제주항공은 2분기에 751억원 매출에 7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각각 488억원, 3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조 5108억원, 7082억원의 화물 매출을 일으킨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도 비상이다. 중국발 물류대란이 전 세계 물류에 도미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내 최대 해상물류 선사인 HMM이 임금 인상을 두고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임시 선박을 투입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파업이 현실화하면 최악의 물류대란은 불가피하다.
미국 경제방송 CNBC 등 외신은 "현재의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하반기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