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화재 리스크 방지를 위해 안전 관련 공정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화재가 나지 않는다고 100% 장담할 곳은 없어서 경쟁사의 악재를 보고 웃을 수도 없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삼성SDI도 지난해 BMW·포드 등에서 일부 차량을 리콜 조치하면서 800억~9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2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삼성SDI도 같은 해 4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리콜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리콜 조치 이후 삼성SDI는 올 초 전영현 사장을 제외한 주요 경영진과 사내이사를 전면 교체하는 등 '칼바람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SDI는 반년이 지나고 올해 2분기에서야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에너지 사업에서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전기 트럭 '포터 일렉트릭(EV)'에서도 지난 7월 불이 났다. 대구에서 발생한 이 화재는 차량 하부 배터리팩 부분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화재 원인에 관한 합동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해당 화재 사고의 발화점이 배터리이긴 하지만, 배터리 손상이 화재의 원인인지는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밝혀질 것"이라고만 하고 있다. 그나마 포터EV의 추가 화재 소식이 아직 나오지 않아 노심초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국내 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푸조 e-208이 불에 탔고,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업체인 BYD의 차량도 지난 8월 두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테슬라 차량도 지난달 오하이오주, 메릴랜드주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 테슬라 차량에는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주로 탑재된다. 이들 전기차 화재에 대해서도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일본 업체들이 전고체 등 차세대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들이 품질 이슈만큼은 앞서야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산업도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상황"이라며 "안정성 이슈가 재차 불거지면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 경쟁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중국 시장의 팽창이 지속되고 CATL과 BYD 등을 필두로 한 중국계 업체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앞으로 국내 3사가 겪게 될 경쟁 환경이 더욱 거칠고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3사에서는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전략 등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