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어진 내년 5월부터 중고차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중고차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자체 제한한 시장점유율도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심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권고안을 현대차·기아와 중고차 판매업계에 권고했다. 완성차업계 진출을 유예하고 단계적 진입제한 조치를 부여해달라는 중소기업의 요구를 대폭 반영함으로써 중고차 사업자의 충격을 완화한 조치로 풀이된다.
심의회는 현대·기아차에 중고차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2년간은 판매 대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대수의 2.9~4.1%, 기아차는 2.1~2.9% 안에서 판매할 수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구매하려는 고객의 중고차 매입 요청 시에만 살 수 있다.
현대차·기아가 매입한 중고차 중 인증중고차로 판매하지 않는 중고차는 경매의뢰하고, 이 때 경매 참여자를 중소기업들로 제한하거나 중고차 경매사업자에게 경매의뢰하는 대수가 전체 경매의뢰 대수의 5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기아차에 대한 이번 사업 조정 권고는 3년간 적용되며 위반할 경우 공표, 이행명령, 벌칙 등의 조치를 한다. 위반 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과 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업계·학계 관계자 등 총 10명이 참석한 이날 심의회에선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판매 개시 시점과 중고차 매입 범위, 판매 기준과 범위(품목·수량 등)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며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40분 늦게 마무리됐다.
심의회는 전문기관 2곳이 수행한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뒤 위원들간의 토론으로 권고안을 도출 및 의결했다.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중소기업의 사업 활동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고심했다”며 “현대·기아차와 중고차 업계가 사업 조정 내용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달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심의위는 당시 중고차 판매업 분야의 소상공인 비중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낮고, 중고차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점,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중고차 매매업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사업조정 제도는 대기업이 사업을 인수 또는 개시함으로써 해당 분야 중소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이 중기부에 신청할 수 있다.
중고차업계는 "3년간 사업개시를 연기하고 이후에도 최대 3년 간 현대차·기아의 매입·판매를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완성차업체가 판매하는 중고차 대수만큼 신차를 팔수 있는 '신차판매권'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사업개시 연기와 매입 제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권고 내용을 따르고 중고차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며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중고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 1월에 시범사업을 선보이고, 내년 5월부터는 현대차와 기아 인증 중고차를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공급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