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고한 대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추가 인상까지 시사하면서 한국도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향후 두세 차례 추가 빅스텝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예고했다.
0.5%포인트 인상은 2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금리 인상 움직임이 이어지는 만큼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추기 위한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기준 금리를 3~4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의 빅스텝에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물가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깔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정례회의를 마친 후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이로 인한 고통을 이해하고 있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향후 몇 차례 0.5%p 인상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빅스텝으로 미 기준금리는 기존 0.25∼0.5%에서 0.75∼1%로 올랐다. 이에 따라 현재 1.5%인 한국 기준금리와 역전이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빅스텝을 몇 차례 추가로 단행하면 올가을과 내년 미 기준금리는 각각 2%대, 3%대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기축통화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통화가치 하락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물가가 조금 더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어떤 속도로 금리를 변화시킬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을 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기준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투자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서도 기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4월 기대 인플레이션 또한 9년만에 3.1%를 기록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1년 뒤 물가 상승률이다. 통상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가계가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이는 상품의 생산비용 상승과 기업의 가격 인상, 다시 물가가 오르는 효과를 불러온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5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연준의 연속적인 빅스텝 전망 등으로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면서 “대외 위험 요인 전개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