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와병에 들기 전 밝힌 소회다. 구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 1세대로서 사업보국과 국민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연매출 2000억원대(2125억원) 일개 사업부 아워홈을 2조원대(1조7408억원)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냈다.
구자학 회장은 LG그룹에서 화학과 전자, 반도체, 건설, 화장품까지 아우르며 핵심 사업 기반을 다져온 전문 경영인이다. 이런 그의 역량은 국민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현재의 아워홈을 이룬 것이다.
◆'삼성·LG'와 함께 성장한 '사업보국' 일념의 전문경영인
1930년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삼남으로 태어난 구자학 회장은 진주고 졸업 후 해군사관학교를 거쳐 군복무 시절 6·25 참전으로 다수 훈장을 받으며 '보국'이 뼛속까지 자리잡은 인물이다. '사업보국' 일념 하나로 산업 불모지를 개척하며 삼성과 LG 등 국내 굴지 기업 성장과 함께해올 수 있었던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구자학 회장은 국내 한창 산업화 중이던 당시 "나라가 죽고 사는 기로에 있다. 기업은 돈을 벌어 나라를, 국민을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사업보국 기치 아래 1960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제일제당, 중앙개발, 럭키(현 LG화학), 금성사(현 LG전자), 금성일렉트론(현 SK하이닉스), LG건설(현 GS건설) 등 분야를 막론하고 뛰며 국내 산업 성장과 함께했다.
"남이 하지 않는 것,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그에게는 자연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1981년 '국민치약'으로 불릴 정도이던 럭키 페리오 치약을 개발한 것도 구 회장이다. 1985년 금성일렉트론 세계 첫 램버스 D램 반도체 개발, 1995년 LG엔지니어링 일본 플랜트 사업 수주 등 LG그룹 근간이 된 주요 사업 시작과 중심엔 구 회장이 있었다.
◆구자학 회장의 먹거리와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키운 아워홈
그는 이런 역량을 십분 발휘해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푸드서비스 사업부(FS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을 20여년간 이끌면서 매출 8배로 키워놨다.
아워홈 사업부 분사 독립할 당시 역량에 비해 너무 작은 사업이라는 이유로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구자학 회장은 자신의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심으로 또 다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구자학 회장은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로 사업을 영위하는 식품기업은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아워홈을 경영했다. '국민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둔 것이다.
80년대 럭키 대표이사로 재직 당시 세상에 내놨던 '드봉'과 '페리오' 등 생활 브랜드도 '국민의 건강한 삶'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 탄생한 것이다.
구자학 회장은 미국 유학 중 현지 한인마트에 직접 김치를 담가주고 용돈벌이할 정도로 음식을 먹는 만큼이나 만드는 과정을 좋아했다. 그는 2000년 아워홈 회장에 취임하면서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과 머리를 맞대며 맛과 서비스, 제조, 물류 전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 단체급식업계서도 잇단 '최초' 행보...연구개발·물류 인프라 확대하며 생태계 기여
아워홈은 이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업과 식자재유통업으로 시작해 식품·외식업과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외 주목받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런 아워홈 성장엔 단체급식업계에서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구자학 회장의 행보가 있다. 구 회장은 업계 처음 아워홈에 연구개발 인프라를 도입했다. 아워홈은 업계 최다 생산·물류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2000년 설립한 식품연구원은 연구원 100여명이 해마다 약 300가지 신규 메뉴를 개발하며 설립 이래 지금까지 1만5000여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또 2000년대 초 미래 식음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물류시스템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구 회장 혜안으로 아워홈은 업계 최다 생산시설(9개)과 물류센터(14개)를 운영하며 전국권 1시간 내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엔 동종업계 처음 자동화 식자재 분류 기능을 갖춘 동서울물류센터를 열기도 했다.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하는 등 해외 진출도 빨랐다. 이외 2018년 인수합병 등을 통한 기내식 사업 진출 등으로 아워홈을 키웠다. 구자학 회장의 관심과 애정이 만들어낸 다양한 메뉴와 레시피, 발빠른 인프라 구축 등은 식품 생태계 성장에 일조하며 구 회장을 각인 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