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쌍용자동차가 '토레스 효과'에 미소 짓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가 대기 물량만 7만대에 이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에 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지엠을 제치고 내수 3위를 굳히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토레스의 현재 백오더(출고 대기) 물량은 약 7만대에 달한다. 출시 3개월 동안 누적 계약만 약 8만대로, 지금까지 출고된 물량은 1만1000여 대를 돌파했다.
쌍용차의 올해 1~9월 판매 실적은 총 4만8875대다. 출시한 지 3달 된 막내 토레스가 올해 전체 판매량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한 것이다.
쌍용차는 토레스 인기에 힘입어 10월 내수 전체 판매량 기준 7850대를 기록하며 한국지엠(4070대)과 르노코리아자동차(4338대)를 크게 앞섰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의 기세가 무섭다"며 "쌍용차가 내년 상반기까지 내수 3위 자리를 계속 지켜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쌍용차가 장기적으로 내수 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힌 상태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는 제대로 된 전기차를 출시하지 못하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쌍용차는 올해 초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내놨지만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다.
전기차 개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금 문제도 불투명한 상태다.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이 된 KG그룹은 최근 회생종결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에 나섰지만, 전기차 개발에 투입될 자금 규모 등 명확한 투자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전기차 개발에 통큰 투자를 약속한 만큼 내년 상반기 정도에는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곽재선 회장은 이와 관련해 "내년에 전기차가 나올 것이고 전기차 플랫폼 출시도 이른 시일 내에 준비해서 (전동화 전략 실행을) 차곡차곡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쌍용차는 실제로 토레스 전기차 모델 'U100(프로젝트명)' 개발에 한창이다. U100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쌍용차가 전기차 개발을 본격화하려면 노후화된 평택공장 시설부터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이날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평택시 칠괴산업단지에 위치한 평택공장을 평택항만 배후단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1979년에 세워져 40년이 넘었다. 85만㎡(26만평)에 본사와 연구개발 조직 등이 모여있다. 시설이 워낙 낡아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후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 이전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KG그룹과 잘 협의해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