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완성차업계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늦어지고 있는 차량 출고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25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엿새째인 이날까지 전국 13개 지역, 136곳에서 조합원 4300명(정부 추산)이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며 당분간 강대강 대치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의 파업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최근 잇따라 신차를 출시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민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6·그랜저 등 회사의 사활을 걸고 출시한 기대작들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신차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5개 완성차업체는 직전 파업에서 팰리세이드, 토레스 등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약 5720대에 이르는 물량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화물연대는 당시 고객에게 실어 나르는 탁송까지 막아세워 고객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안타깝게도 현실화되고 있다. 출고일이 일주일~열흘 가량 미뤄졌고, 일부 고객들은 무기한으로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로드탁송(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차를 인도하는 방식)을 거부할 경우엔 파업 이후 생산물량를 받아야해 사실상 내년까지 출고를 기다려야 한다.
완성차업계는 궁여지책으로 로드탁송을 권유하고 있지만 각 차량을 직접 고객에게 이송해야하는 만큼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오랜 시간 기다린 신차를 타인이 운전했다는 게 찜찜해 이를 거절하는 고객들이 속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25일 차량을 출고받기로 한 소비자는 로드탁송을 거절하자 당초 순번에서 밀려났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A씨는 "로드탁송을 어떻게 믿고 거금을 주고 산 신차를 맡길 수 있나?"라며 "분통이 터지지만 차량 출고를 더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에 파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14개 협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안전운임제를 빌미로 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다. 안전운임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대체 차량 투입 등으로 집단 운송거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주기 바란다.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