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52시간 근무제 개편에 정보기술(IT)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개편안으로 고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 12일 초과근무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바꾸는 노동정책 권고안을 정부에 냈다. 이에 따르면 현행법에서는 일주일간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을 수 없지만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1주일에 최대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된다.
연장근로의 단위 기간을 월 단위로 확대하면 1달치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는 52시간을 한 달 범위 안에서 몰아 쓸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1주일에 7일 근무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최대 40.5시간까지 초과 근무가 가능해진다.
이번 근무제 개편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 중 게임업체에서는 근로제 개편과 관련해 토씨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대선후보 시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을 방문해 "게임 개발에 1주 120시간은 바짝 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올해 게임업계와 가진 첫 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지혜롭게 대처하겠다"는 말을 했다.
생산시설 및 유지보수비용이 없지만 개발 및 운영 인력이 다수 필요한 업계 특성상 주 비용은 인건비다. 실제로 복수 게임업체들의 3분기(7~9월)까지의 실적을 살펴보면 마케팅 및 인건비용 지출이 전체 지출 중 1~2위를 다퉜다. 게임업체 외 네이버와 카카오도 2분기(4~6월) 기준 지난해 대비 인건비가 20% 이상 늘었다.
국내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개발업체가 몰려있고 교류가 잦은 업계 특성상 한 업체가 인건비 지출을 늘리면(근로자 급여 등을 높이면) 소문이 나 다른 업체들도 안 올릴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직원 연봉을 1200만원 일괄 인상했던 중견 게임업체 베스파는 지난 7월 비용 증가에 못이겨 전직원 권고사직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선 근무제가 개편으로 근로자 급여 등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회사에 꼭 출근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이직과 프로젝트별 업무가 많은 IT·게임업계에서는 연단위의 근무제 개편이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추가적 의견 수렴을 더 거칠지 논의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쯤 접우안과 입법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