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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신년특집] 4세 '烘의 시대' 준비하는 GS그룹...9명 승계 레이스 '시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고은서 인턴기자
2023-01-03 06:00:00

[기업승계 열전: 지금은 大승계시대④]

LG와 계열분리로 허氏 시대 연 GS그룹

창업주 후손들 全계열사에 골고루 포진

1인 지분 독점 없이 특수관계인만 50명

오너 4세中 임원 8명…승계 레이스 돌입

GS그룹 가계도[사진=이코노믹데일리]


[이코노믹데일리] 기업을 일으키기는 어렵지만 이를 반석 위에 올려 번창시키기는 더 어렵다. 예로부터 여러 왕조의 창업 군주와 더불어 치세를 한 군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후계자를 정하는 창업주는 고심을 거듭하고 때때로 상속 분쟁이 이어진다. 기업 승계 구도를 보면 한 국가의 경제 체제와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기업집단 10곳 중 7곳은 승계 중…막 오른 '大승계시대'
②'삼성 마지막 후계자' 이재용, 지배구조 개편 묘수는
③SK그룹 "분쟁·계열분리 없다"…3세 승계 방향타는 어디로
④GS그룹 '오너 4세' 부상…'홍'들의 경쟁은 시작됐다
<계속>


GS그룹이 '수(秀)'의 시대를 지나 '홍(烘)'의 시대를 준비한다. G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통해 허씨 일가가 독립한 이후 자산총액 기준 재계 서열 8위에 올랐다. '수'자 항렬을 쓰는 오너 3세에 이어 '홍'자 돌림인 4세가 정유와 건설, 유통 등 핵심 사업에 전진 배치되며 승계를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GS그룹 계열사에서 상무 이상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4세는 8명이다. 계열사에 입사하지는 않았지만 지주회사인 ㈜GS 지분을 확대 중인 허원홍(32)씨를 포함하면 잠재적 승계 후보군은 9명에 이른다.

오너 4세 면면을 살펴보면 연령과 소속 계열사, 직급 등이 다양하다.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계열 중에는 1969년생으로 최고 연장자인 허세홍(54) GS칼텍스 사장과 허서홍(46) ㈜GS 부사장이 있다. 4세 중 장자인 허준홍(48) 삼양통상 사장은 부친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에 이어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아 GS그룹 승계 구도에서는 사실상 이탈했다.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계열은 4세 승계 후보가 가장 많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허윤홍(44) GS건설 사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장남인 허철홍(44) GS칼텍스 전무를 비롯해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 장·차남인 허치홍(40) GS리테일 상무와 허진홍(38) GS건설 상무가 있다. 그리고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 장남인 허주홍(40) GS칼텍스 상무와 허태홍(38) GS퓨처스 대표이사 상무가 있다.

마지막으로 허원홍씨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의 장남이자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손자다. 원홍씨는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최근 ㈜GS 지분을 1% 근방까지 끌어올렸다. 다른 4촌 또는 6촌 형제들이 통상 30대 초반에 경영 수업을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등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와 아름다운 결별, GS만의 승계 문화 만들어

GS그룹 시조는 LG그룹 공동 창업주인 효주(曉洲) 허만정 회장이다. 효주는 독립운동가이자 기업인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학교를 설립하는 등 조국 해방에 힘썼다. 해방 이후인 1947년에는 구인회 회장과 더불어 LG그룹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을 설립했다. 구씨와 허씨의 동업이라는 독특한 형태가 이때 만들어졌다.

두 가문은 아름다운 결별을 택했다. LG그룹은 2002년 계열분리를 공식화하고 3년여 만인 2005년 GS와의 분리 작업을 마무리했다. 전자와 석유화학 계열이 LG로 남았고 정유·건설·유통이 GS로 새 이름을 달았다. 전선(LS)과 방산(LIG)에 이어 소재사업까지 LX그룹으로 독립하며 범LG그룹 계열의 홀로서기가 본격화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분란은 없었다. 두 가문이 각각 가족회의를 통해 어느 사업을 가져갈지 결정하고 서로 협의했다. 구인회 회장과 허만정 회장 모두 적지 않은 후손을 뒀지만 소위 '왕자의 난'이나 '형제의 난' 같은 경영권 분쟁은 없었다. 가족회의로 후계자를 정하되 계열분리를 하지 않은 SK그룹과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과정뿐 아니라 결과를 놓고 봐도 서로 '윈윈(win-win)'이 됐다. 계열분리를 선언한 2002년 당시 LG그룹 전체 매출은 80조원, 자산총액은 50조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2021년 말에는 각각 150조원, 170조원에 육박했다. GS그룹은 독립 초기인 2004년 자산총액이  20조원이 채 안 됐으나 현재 70조원 이상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계열분리 이후 GS그룹은 LG 시절과는 또 다른 승계 문화를 만들었다. LG그룹은 구인회 회장을 거쳐 구자경 회장, 구본무 회장, 현재 구광모 ㈜LG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 왔다. 허씨 일가는 소수가 지주사 지분을 독점하지도 않고 장자라고 해서 후계자 지위를 보장받지도 않는다. 승계 후보들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경영에 참여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라 가족회의로 후계자를 정한다.

일례로 옛 LG그룹을 반석 위에 올렸다고 평가받는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은 효주의 셋째 아들이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허준구 회장의 장남이긴 하지만 막내 동생인 허태수 현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허태수 회장은 3세 시대 마지막 GS그룹 회장으로 기록될 전망인데 슬하에 아들이 없다. 후계자는 자연스레 조카들 중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모습도 다른 기업집단과 구별된다. GS그룹은 ㈜GS가 GS건설을 제외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 체제다. ㈜GS는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50.2%에 이르는데 각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 중 친·인척 사이인 개인이 48명이나 된다. 지주사에서 벗어난 GS건설도 허창수 회장(8.28%)을 포함한 총수 일가 15명이 지분을 나눠 가지며 비슷한 형태를 띤다.

서울 강남구 GS타워[사진=GS그룹]


◆오너 4세 계열사 곳곳에 포진…대권은 누구에게

지난해 말 기준으로 후계 물망에 오른 8명의 '홍'자 돌림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허세홍 사장(2.37%)이다. 그는 1969년생으로 삼촌인 허태수 회장(1957년생)과는 띠동갑이다. 허창수 명예회장(1948년생)과 허태수 회장 간 나이 차이가 9살인 점, 허세홍 사장 직급 등을 고려하면 외견상 승계 우선순위가 가장 높다.

현재 허세홍 사장을 제외하고 50대를 넘긴 4세는 없다. 따라서 허태수 회장이 자리를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지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허태수 회장이 비교적 최근인 2019년 말에 취임한 점에 비춰 봐도 당장 1~2년새 후계자를 확정할 상황은 아니다.

허세홍 사장 다음 서열은 허서홍 부사장이다. 1977년생인 허서홍 부사장은 2020년 9월 GS에너지에서 ㈜GS 미래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8월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휴젤 인수전을 이끌었다. GS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이 허서홍 부사장 손에 첫 단추를 낀 셈이다.

허윤홍 사장은 허세홍 사장과 더불어 그룹 내에서 사장 직함을 단 유일한 4세다. 1979년생인 허윤홍 사장은 최근 GS건설 미래전략대표(CinO)를 맡았다. GS건설은 기존 신사업부문을 미래전략부문으로 개편하고 CinO 직책을 신설했다. 허윤홍 사장은 핵심 사업인 주택 건설 외에 모듈러 주택, 수소·바이오디젤 플랜트, 수처리 등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GS건설은 지분 구조상 지주사에서 벗어나 있는데 허세홍 사장이 GS그룹을 맡고 허윤홍 사장이 GS건설 회장 직함을 챙기는 그림도 가능하다. 부친인 허창수 회장이 GS건설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만큼 향후 부자 간 증여·상속을 통해 허윤홍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허진홍 GS건설 상무와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이사가 새롭게 임원이 됐다. 허진홍 상무는 1985년생으로 허진수 GS칼텍스 상임고문의 차남이자 허치홍 GS리테일 상무의 동생이다. 허태홍 대표는 허진홍 상무와 동갑내기로 상무 직급 최고경영자(CEO)다.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의 차남이자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의 동생이다. 그가 이끄는 GS퓨처스는 벤처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유통사업을 하는 GS리테일에서 보직을 맡은 오너 4세는 허치홍 상무가 유일하다. 그는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와 동갑으로 허진홍 상무의 친형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부문이 가장 핵심인데 허치홍 상무는 편의점5부문장과 편의점2부문장 등을 거치며 영업 기량을 쌓아 왔다. 현재 MD부문장으로 이동해 영업뿐 아니라 상품 분야까지 보폭을 넓힌 상태다.

주목할 점은 아직까지 부회장 승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허태수 회장은 GS홈쇼핑 재직 시절인 2014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나이는 57세였다. 일반적으로 부회장 승진은 후계자 확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허창수-허태수 회장으로 이어지는 형제 승계 전례가 있어 4세 중 연장자가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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