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롯데케미칼이 추진 중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문턱을 넘었다. 여전히 자금 조달이 과제지만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을 계기로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10일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가 신청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건을 승인했다.
이 회사는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분야 투자 지주회사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경쟁 관계이거나 서로 원재료 공급을 의존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보고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세계 동박 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의 점유율은 5% 내외, 분리막 원료인 폴리에틸렌(PE) 시장에서 롯데케미칼 점유율은 15% 내외로 기업결합 이후 독과점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승인 이유로 들었다.
롯데케미칼과 경쟁 관계인 SK와 LG 등 기업이 배터리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 경쟁이 활발해지는 상황도 고려됐다. SK그룹은 2019년 동박 제조업체 KCFT(현재 SK넥실리스)를 인수하고 분리막·음극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LG화학은 이미 이들 분야에 발을 넓힌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주식 53.5%를 2조7000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구리 재질로 된 매우 얇은 막을 생산하는 회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결합이 이뤄지면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경쟁 제한 우려가 없는 기업결합을 신속히 심사해 친환경 에너지, 혁신 생태계 구축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과 일진머티리얼즈 간 기업결합이 승인됐지만 여전히 문제는 자금 마련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롯데건설에 빌려준 5000억원을 예정된 상환 기간보다 일찍 돌려받으면서 숨통을 텄다. 유상증자를 통해 6050억원을 인수 자금으로 쓴다는 계획도 나왔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법인이 보유한 현금(약 4000억원)과 외부 차입금을 활용하면 자금 마련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최근 국제가전박람회(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따른 자금 운용 계획은 짜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