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팔을 걷어 붙였다. 부가가치가 낮은 석유화학 대신 스페셜티(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사업을 확대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열고 파키스탄에 있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인 롯데케미칼 파키스탄(LCPL) 지분 75.01% 전량을 현지 화학 기업인 럭키코어인더스트리에 매각한다고 16일 밝혔다.
매각 대금은 약 1924억원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LCPL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페트) 등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높이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PTA는 원유를 정제해 나온 파라자일렌(PX)을 원료로 산화·정제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 순백색 분말 제품이다. 강한 내열성과 뛰어난 내수성, 절연성으로 폴리에스터 섬유와 산업용 원사, 페트병, 산업용 필름을 만드는 데 쓰인다. 가장 널리 쓰인 플라스틱 소재 가운데 하나이지만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편이다.
롯데케미칼은 PTA 사업 철수를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하반기부터 울산공장 PTA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생산을 시작했다. 이번 매각으로 롯데케미칼은 더는 PTA를 생산하지 않는다. PIA는 전 세계에서 7개 업체만이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페트, 도료, 불포화 수지 원료로 사용된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9월 LCPL을 147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파키스탄에 있는 유일한 PTA 제조업체로 1997년부터 연간 50만톤(t)에 이르는 PTA를 생산해 왔다. 인수 금액 대비 매각 대금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LCPL은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도 2021년 매출 4713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라는 중장기 비전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LCPL 매각과 관련해 "비전 2030 전략에 맞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중 하나"라며 "기존 사업은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부가 제품군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달성이 목표인 연간 매출 50조원 가운데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사업에서만 60%를 벌어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30조원 수준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수익이 적은 사업은 매각 또는 중단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재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