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 추진 계획안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공시 의무 부과 대상이 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보다 높여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이는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대기업집단 중에서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계열사 간 지분 보유가 제한된다. 그밖에 자산총액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기업집단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돼 법령에 의해 경영과 관련한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오는 2024년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규모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0.5% 이상인 기업집단'으로 바뀜에 따라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손보기로 했다. 2021년 명목 GDP(약 2072조원)의 0.5%는 10조2800억원 정도다. 절대 금액이 아닌 GDP와 연동시키면서 경제 성장을 반영하게 된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마찬가지로 GDP 대비 자산 규모 비율을 기준으로 삼거나 금액을 6조원 또는 7조원으로 늘리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자산총액 기준이 7조원으로 높아지면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현재 76개에서 56개로 대폭 감소한다.
대기업집단 수는 공시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9년 48개에 불과했다. 당시 GDP는 1205조원 수준이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집단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올해 5월 발표될 대기업집단은 80개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기준 변경으로 기업은 숨통을 틀 전망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은 계열사 간 주식 소유 현황, 특수관계인과 거래 현황, 순환출자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감시와 규제 대상이 되는 대기업 수를 줄임으로써 공시 부담 완화가 예상된다.
앞서 공정위는 대기업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을 현행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였다. 공시 의무 과태료 감경 기간은 3일에서 30일로 늘렸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00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제도 도입 이후 법 집행 대상 기업집단 수가 과다하게 증가했고 중견기업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가 총수 2세 지배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주로 분포한 시장에 진입해 모회사로부터 부당하게 지원을 받아 시장을 잠식하는 행위도 감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