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협회가 1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중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 중 대부분이 고지 의무 위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상반기 한화생명은 총 704건의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했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2건이 고지 의무 위반에 해당했다. 삼성생명은 1733건 중 485건을, 교보생명은 651건 중 307건을 고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고지 의무'란 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할 때 해당 보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직업 등에 관한 사실을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낮추거나 보험 가입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자신의 특정 병력을 숨기는 등 고지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 발생한다.
고지 의무 위반에 보험사 책임이 있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에서 규정한 '중대한' 사유에 대한 정의가 너무 복잡할뿐더러 변화가 생기기도 해, 보험 가입 단계에서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고객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고지 의무 위반은 "관련 약관을 알려주지 않은 보험사의 책임"이란 의견 제기가 늘고 있다. 최근 고지 의무 위반 사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지자 보험사를 상대로 한 민원 제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생명보험 업계는 해결할 방법이 있음에도 아무 조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면 할수록 고지 의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은 줄어든다"며 "그건 동시에 가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져 고객의 가입 의지를 낮추는 문제를 낳는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예방 장치를 마련했다고도 주장했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약관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설계사들을 교육하고 있으며, 보험 가입 전 약관 내용을 확인했는지 가입자에게 묻고 서명도 받는다"며 "이 정도면 보험사보다는 꼼꼼히 보험 계약서를 보지 않은 고객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렇듯 보험사와 고객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와중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지 의무는 건전한 보험 시장을 만들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보험사가 고객을 기만하거나 보험 약관 설명에 방만한 사례보단 되려 고객이 보험사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타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