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남양유업 경영권을 두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회장 일가가 펼치는 치열한 소송전이 오는 9일 마침표를 찍게 될 전망이다. 앞서 한앤코가 세 건의 가처분 소송과 본안소송(1심) 모두 승리해 사실상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쥐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항소에 나선 남양유업이 강한 반격에 나서는가 했지만, 최근 인지·송달료를 기한 안에 내지 않아 법원이 최근 관련 소장을 각하하면서 홍 회장 측이 불리한 상황에 빠졌다. 이번 2심 선고일에 남양유업이 국면을 뒤집을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1심과 마찬가지로 한앤코의 승리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는 오는 9일 홍 회장과 한앤코의 주식 양도 계약 소송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홍 회장은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비난 여론과 불매운동에 휩싸이면서 지난 2021년 5월 한앤코에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전량(53.08%)을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하지만 약 3개월 후 홍 회장 측은 부당한 경영 간섭과 비밀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또 주식매매계약에서 외식사업부(백미당) 매각을 제외하는 합의를 지키지 않았고 계약 선행조건 중 하나인 오너 일가의 처우 보장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홍 회장 측은 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한앤코를 상대로 310억원 규모의 위약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향후 진행될 2심에서도 재판부도 한앤코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법원이 쌍방대리를 이유로 계약 무효 판결을 내린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1심 판결에 불복한 홍 회장 측은 지난 1월 11일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정작 예정된 기한 내에 행소 제기에 필요한 인지액 및 송달료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홍 회장 측은 보정서 기한연장신청서를 제출하며 납부 기한을 미루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드리지 않고 같은달 27일 항소장 각하 명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한앤코가 이번 2심에서 승소한다면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끝날 전망이다. 업계는 남양유업이 한앤코에 손에 들어간다면 대대적인 조직 및 사업 개편이 들어갈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7226억원, 영업손실은 604억원에 달한다. 남양유업은 2021년 매출 9560억원, 영업손실 778억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는 이보다 더 악화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한앤코는 가장 먼저 하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리브랜딩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남양유업이 커피전문점과 우유 공급 계약을 맺고 치즈·생크림을 납품하는 등 B2B 거래를 늘리고 있어 관련 사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잡음이 들려온 홍 회장 일가의 퇴진을 바라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홍 회장이 회사에 남아있는 한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 및 소비자 신뢰 재건 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