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아저씨가 핸들을 잡지 않는 데도 차가 움직여!"
15일 오전 11시경. 아빠와 함께 청와대 자율주행 버스를 탄 초등학생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는 자율주행 버스 2대가 청와대와 청계천을 누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에스유엠(SUM)이 운행하는 'A01'번은 경복궁을 한 바퀴 돌아 청와대 앞을 지나고 포티투닷이 개발한 'aDRT'는 청계천 일대를 돈다.
두 버스는 같은 듯 다른 모습으로 승객의 발을 대신한다. A01은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국립고궁박물관과 청와대 춘추문, 국립민속박물관을 지나 다시 경복궁역으로 약 2.6km를 달린다. aDRT은 청계광장과 세운상가 앞 2개 정류장을 순환하는 3.4km 노선을 운행한다.
둘은 차량에서 내리는 방법도 다르다. A01은 내리려는 정류장에 접근하면 '스톱(STOP)'이라고 쓰인 빨간색 하차벨을 누르면 된다. 버스에 동승한 직원 안내에 따라 차량이 완전히 멈춘 후 안전띠를 풀고 하차 가능하다. aDRT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본인이 내리고자 하는 정류장을 미리 정하기 때문에 따로 하차벨을 누를 필요가 없다.
◆대형과 소형, 크기만 다른가 했더니…내부·이용법도 차이
A01은 일반 저상 시내버스와 구조가 같다. 자율주행 버스지만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앉았고 오른쪽 맨 앞자리는 엔지니어가 채운다. 이들을 뺀 좌석은 총 19석으로 승객은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된다. 중간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탈 수 있게 넓은 공간이 마련됐다.
aDRT는 6인석으로 현대자동차 다목적차량(MPV) '스타렉스'보다 큰 소형 버스다. 일반 버스보다 좌석이 넓어 앉았을 때 한층 편하다. 그러나 휠체어 탑승객을 위한 자리는 따로 없다. 자유석이 아닌 지정석인 점도 A01과 다르다.
두 자율주행 버스는 차량 크기 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방법도 다르다. A01은 교통카드를 찍고 타면 된다. 이날은 70대 이상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일반 시내버스 타듯 어려움 없이 버스에서 타고 내렸다. 반면 aDRT는 앱으로 예약해야 한다. 안내 직원이 청계광장에 배치돼 앱 예약을 도와주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낯설 뿐이다. 실제 승객 대다수는 20~40대다.
요금은 둘 다 무료지만 추후에 유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SUM 관계자는 "금액은 일반 시내버스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aDRT는 구체적인 요금 수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안전 만큼은 '공통사항'…"승차감? 사람이 몰 때랑 같아요"
두 자율주행 버스는 다른 점이 많지만 안전 만큼은 똑같이 신경 쓴 모습이다. 일반 시내버스와 달리 이들 차량을 이용할 때엔 무조건 안전띠를 매야 한다. 안전띠 미착용자가 있으면 차량이 출발하지 않는다.
차종이 달라서인지 안전요원 수에도 차이가 있다. A01에는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보유한 기사와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엔지니어, 그리고 안내요원까지 총 3명이 탄다. aDRT에는 기사 1명이 버스에 탑승하고 다른 1명은 청계광장 정류장에 대기한다.
승차감도 다를까. 두 버스 다 급정거와 급출발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A01을 탑승한 한양대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상재(29·남)씨는 "초창기 자율주행차에 탔을 때만 해도 잦은 급감속과 급가속 때문에 불편했지만 이 버스에서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자율주행 버스 2대는 서로 다른 차량이지만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를 기대할 만큼 완성도가 모두 높은 편이다. 차량을 운행하는 SUM과 포티투닷은 이번 시범 운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