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조지타운대에서 연설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몇 가지 목표 달성을 원하고 있다"라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국내 설계·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클러스터를 최소 2개 구축하는 계획이 포함된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28일부터 반도체 산업 분야 기업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시할 것이라는 계획도 언급했다. 반도체 분야 기업들의 생산 시설 신설·확장을 장려하기 위해 '제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할당된 인센티브 금액은 390억 달러(약 50조 688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 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술 관련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산업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게 주요 골자다. 연구개발과 생산 등을 바탕으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조치가 담겨 있어서다.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미국 상무부와 함께 가드레일 조항을 비롯해 반도체 기준 등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 관련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1년 동안은 추가 절차 없이 중국 현지 공장에 장비 공급을 계속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번 반도체 인센티브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수혜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러몬도 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산업을 진행한다면 보조금 신청도 환영한다"라며 "이런 조치가 동맹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