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수입차 판매량 3위를 지켜온 아우디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유지비용을 앞세운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 친환경과 안전 이미지를 내세운 볼보자동차의 성장세에 비해 최근 성적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2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아우디 코리아 국내 판매 실적은 △2020년 2만5513대(9.28%) △2021년 2만5615대(9.28%) △2022년 2만1402대(7.55%)로 제자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후퇴했다.
그동안 아우디는 이른바 '독3사'로 불리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고무줄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에게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말 정가 6000만원 수준 중형 세단 A6는 일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판매가가 1000만원 이상 낮아지기도 했다. 정식 판매가에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는 잔존 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아우디가 갖는 '고급차'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50대 이상 남성을 겨냥한 고급차라는 인상이 강하고 2위인 BMW는 30~40대 젊은 운전자가 매력을 느낄 법한 퍼포먼스 특화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아우디는 뚜렷한 목표 고객층도 없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화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극단적인 소비자들은 판매 규모와 이미지 등이 뒤처진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아우디는 준프리미엄"이라며 "독3사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반면 아우디와 한 지붕 가족인 독일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은 상시 가격 할인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독일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주요 차량을 구매하면 수입차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5년 또는 15만km 무상 보증해준다.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접근성이 개선된 서비스 네트워크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판매량도 1만5791대를 기록하면서 아우디의 바로 뒷순위인 4위를 차지했다.
볼보차도 '안전의 볼보'라는 이미지를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볼보차는 2012년 이후 10년 연속 연간 판매량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윤모 볼보차 코리아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1만7500대 이상 판매고를 달성하겠다"며 "타협 없는 안전과 친환경 라인업 확대로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가 '독3사' 위치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벤츠와 BMW의 양강 체제가 확고한 이유는 차량 품질과 함께 각 사 마케팅 노력과 충성 고객 덕분"이라며 "(아우디도) 가격 관리나 프리미엄 이미지 캠페인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