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특정 브랜드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브랜드 중에선 현대자동차·기아가, 수입 브랜드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이른바 '독3사'에 판매가 집중됐지만 올해는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을 모은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산 브랜드 중에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합산 점유율 88.5%를, 수입 브랜드 중에서는 독3사가 6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쏠림 현상은 전년(2021년)에도 나타났다. 2021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은87.8%, 독3사 점유율 합계는 62.7%였다. 국산차는 지난해 판매된 신차 10대 중 9대 가까이가 현대차그룹 차량이었다. 이는 '르쌍쉐'로 불리는 르노코리아자동차·쌍용자동차·한국지엠(쉐보레)의 점유율 하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도는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후 더욱 극명해졌다. 현대차·기아는 국내에 본사와 생산 거점이 있어 공급 문제에 대응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 등은 해외 본사와 국내 법인 사이에 재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해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은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차는 지난해까지 KG그룹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수입차 브랜드에서 발생한 쏠림 원인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수입차 브랜드는 국산차와 비교해 서비스망이 부족하다. 그러나 같은 수입차 중에서도 독3사는 꾸준히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해 온 탓에 수도권뿐 아니라 그외 지역에서도 정비 편의성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수입차가 많아졌다고는 해도 유지비 측면에서 국산차와 차이가 크다"며 "수도권은 비교적 덜하지만 판매량이 적은 일부 브랜드는 인구가 적은 지역은 거점 도시 이외에는 정비 네트워크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 정비 편의성 문제는 서로 연관성이 크다.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장점을 각인하기 쉽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차를 판매한다. 시장 점유율을 높인 만큼 정비 수요가 늘어나 더 촘촘한 서비스망을 갖추게 된다. 판매량이 저조한 브랜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과 '쏠림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많이 받은 브랜드는 꾸준히 신차를 출시하면서도 고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며 "숫자, 특히 완성차 브랜드에서 판매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모두가 비슷하게 공급난을 겪는 와중에도 일부 브랜드가 성장한 것은 그만큼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와 같은 대형 브랜드가 굳건한 내수 시장에서 다른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기는 어렵다"며 "쏠림이 심해지면 시장 경쟁이 줄어들고, 경쟁이 줄어들면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가 오히려 고객 반응을 무시해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쏠림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들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르노코리아·쌍용차는 신차 출시 계획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펼치며 올해 6종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수입차도 한국토요타자동차·포드 등 일부 브랜드가 최근 신차 발표회와 간담회 등에서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