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수입차 부문 모두 특정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이 더 커지며 일부 수입 브랜드에 위기감이 커졌다. 특히 2021년부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일본 브랜드에 쇄신을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차 판매량 중 현대자동차그룹 비중은 88.5%(기아 39.4%, 현대자동차 39.2%, 제네시스 9.9%)로 전년(2021년) 수치인 87.8%보다 늘었다. 수입차 역시 이른바 '독 3사'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비중이 65.9%로 전년(62.7%) 대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판매량 감소가 특히 두드러진 수입 브랜드는 미국·일본 브랜드였다. 미국 4개 브랜드(지프, 포드, 링컨, 캐딜락)는 2021년 2만1784대 차량을 판매했지만 지난해에는 1만599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쳐 -26.6%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일본 3개 브랜드(도요타, 렉서스, 혼다)의 경우도 2021년 2만545대 판매됐지만 지난해에는 1만6991대 팔려 판매량이 18.7% 줄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장 판매량은 소비자 선택이 반영된 결과지만,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경우 판매 비중에 기반한 상위 브랜드들이 소비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등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고, 예비 소비자들 역시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수입차 비중을 갈수록 높여가고 있는 '독 3사' 차량의 경우 국내 운전자들 사이에서 발진 및 가속, 제동 성능 등 차량 '기본기'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벤츠의 경우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라는 점을, BMW는 '펀 드라이빙'을 주제로 하는 퍼포먼스 위주 장점을, 아우디의 경우 사륜구동과 중립적인 브랜드 이미지 등을 소비자들에게 내세우고 있다. 독일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역시 꾸준히 4~5위권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판매량이 급감한 수입 브랜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본 브랜드의 경우 2023년에 걸맞는 편의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국내 출시 가격이 높은 한편 인포테인먼트 등 실내 사양 등에서 국산 브랜드, 주행 성능 등에서는 독 3사 브랜드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포드는 익스플로러, 도요타·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원툴(한 가지만 잘 한다는 뜻)"이라는 말까지 나올만큼 특정 모델로의 쏠림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의 경우 전년도 국내 판매 실적이 차후 수입 라인업을 늘리는 데 주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며 "판매량이 떨어지니 본사 입장에서도 신차를 국내에 들이기가 꺼려지고, 신차가 없어지니 판매량은 더 줄어든다. 전체 판매량이 부족한만큼 서비스센터나 사후 처리 등 네트워크도 줄어 점점 더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독 3사 등 수입 브랜드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부가기능(옵션) 등을 늘려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차량 가격은 비슷한데 국내 환경에 맞게 신차를 내놓는 브랜드가 있고, 아닌 브랜드가 있다면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