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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자수첩] 에코거지라고 '주식 소외' 고민…정상과 비정상 사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이삭 기자
2023-04-20 05:00:00

김현수 애널리스트, 소외감에 매수 말라고 지적

일부 개미 추격매수 비이성적…불필요한 소외 조장

 

[이코노믹데일리] 얼마 전 모 증권사 관계자에게 어떤 뉴스가 별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던 걸로 기억한다.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 안 쓴다고 비판하는 기사. 증권사는 엄연히 사기업이므로 매수 리포트 위주가 자본주의 차원에서 합당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압도적인 매수 리포트 비중에 대한 비판을 모르지 않았으나 그 의견도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증권사도 먹고살아야 하는 곳이니까.

최근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의 에코프로 매도 의견이 증권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 몹시 착잡했다. "수산화리튬 가격을 엉터리로 반영했다,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 IB(투자은행) 사업부 부속품으로 전락했다" 등등. 온갖 비난이 그에게 쏠렸다.

그 역시 매수 리포트를 남발하는 자본주의적 집단에 복무하건만 어째서 매도 리포트를 냈나.

김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 서두에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쳐선 안 된다"며 FOMO(Fear Of Missing Out)에 의한 매수를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꺼내든 개념은 '소외감'이었다.

이런 주식 소외 현상은 "너도 에코거지(에코프로 주식이 없는 거지)냐"는 자조(自嘲)로 희화화됐다. 상대적 빈곤인을 뜻하는 '벼락거지'에서 파생된 이 말은 소유에 있어 부자와 빈자를 구태여 갈라친다는 점에서 불순하고 괘씸해 보였다.

에코프로 주식이 없다고 거지 소리를 내뱉거나 듣게 되는 풍토가 정상인가. 그런 소유 방식 가운데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더라도 어떤 종목 하나 없다고 소외감이 광풍처럼 부는 사회가 온당한가.
 
시장은 여러 번 경고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주 상승세를 쉽게 설명할 수 없다고 일찍이 고백한 가운데, 상당수 전문가는 관련 분석을 포기해 버렸다. 이들은 매수 리포트를 내지 않음으로써 일종의 의견 표시를 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에코프로비엠 투자등급을 '비중 축소'로 제시하며 최근 주가 성과가 과도하다는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배포됐다는 사실은 검색창을 조금만 뒤져봐도 차고 넘친다. (김 연구원이 에코프로 매도 리포트를 낸 날은 그로부터 23일이 흐른 4월 12일이다)

이때부터라도 공매도 먹잇감이 될 우려를 먼저 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 공매도 수요가 폭발할 게 버젓이 엿보이는데 말이다. 예상대로 에코프로 관련주 공매도 대차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다.

애석하게도 단기적 탐욕에 찬 일부 개미들이 위 소식을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현저히 감소한 시대에 비이성적인 투심 과열이 초래할 폐해까지 모를 리 만무했을 거다. 기자는 일련의 추격 매수가 너무도 당연시되고 불필요한 소외를 부추기는 까닭에 이 모든 게 한 편의 쇼처럼 느껴진다.
 
누구도 주식 하나에 소외돼서는 안 된다. 삶을 베팅해서도 안 된다. 김 연구원은 이런 기현상을 바로 잡고자 했다. 용감하게 먼저 총대를 멘 그를 조만간 만나 보고자 한다.

이하는 사족.
기자는 김 연구원과 일면식이 없으며 여태껏 에코프로와 그 자회사 주식을 소유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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