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유통업계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우리 바다를 비롯해 수산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오염수가 일부 유출됐을 땐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기도 했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소비자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수산물 가공품 제조사뿐 아니라 대형마트, 나아가 식수 기업까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형마트들은 지난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한 대형마트는 올해부터 주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정밀 분석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태평양을 제외한 대서양, 인도양 등의 수입 수산물 비중을 늘리는 등 일본을 대체할만한 산지를 넓히는데 주력하는 마트도 있다.
식품 기업들은 사육 환경을 대신할 수 있는 대규모 양식장을 만들거나 식물성 대체육 등 신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동원F&B는 식물성 원료 100%를 사용해 만든 ‘동원참치 마이플랜트’ 통조림을 내놨다. 참치 가공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참치와 동일한 식감과 맛을 낼 수 있도록 개발했다. 오뚜기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를 출시하면서 대체 수산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는 친환경 연어 양식 산업을 위해 GS건설과 손잡고 지난해 부산 부경대학교 내 6만7320㎡ 규모 용지에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 건립을 시작했다. 동원산업도 강원도 양양군에 스마트 연어 양식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데, 총 2000억원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유통업계가 이같이 신사업 발굴에 뛰어드는 이유는 실제 오염수의 위험 정도를 떠나 소비자들의 수산 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무척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제주연구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소비 감소 폭은 44.6%~48.8%로 나타났는데,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여론도 이미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대형 어류는 안먹는게 맞고 참치와 참치캔은 멀리하는게 좋겠다” “앞으론 물도 제대로 못먹을 듯” “이미 일본산 제품은 피하고 있는데 원산지를 바꿔 팔까봐 걱정이다” “수산물 뿐만 아니라 바닷물에서 나는 소금도 문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 점검을 위해 21명의 안전규제 전문가로 꾸려진 시찰단을 파견했다. 2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6일간의 일정이다.
시찰단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는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해양방출설비 설치 상태, 성능점검 결과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화학분석동에서 이뤄지는 ALPS 처리된 오염수의 농도분석 결과 등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귀국 후엔 시찰에서 점검한 사항과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그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찰단의 검증 결과와는 관계 없이 소비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수산물을 원료로 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사에게도 깊은 걱정”이라며 “오염수 방류 등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