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바다 식물 일종인 '잘피'가 뜨고 있다. 잘피 숲은 같은 면적을 기준으로 산림보다 최고 3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 바닷 속 '블루카본(탄소 저장소)'로 불린다. LG화학과 효성 등 대기업이 최근 국내 연안에서 잘피 심기에 나서 이목을 끈다.
8일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사업장이 있는 전남 여수시 앞바다에 오는 2026년까지 잘피 군락지를 만든다. 이후 축구장 14개 크기인 10헥타르(ha)까지 면적을 확장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같은 내용의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잘피는 바다에서 꽃을 피우는 해초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꼽은 3대 블루카본에 속한다. 김장균 인천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잘피 군락지 1ha는 1년간 최대 500톤(t)에 이르는 탄소를 흡수한다. 이는 자동차 280대가 한 해에 배출하는 탄소 양과 맞먹는다.
탄소 흡수 능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해양 오염과 수온 상승 등으로 잘피 숲은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양생태계법상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잘피 서식지 복원으로 생물 다양성 회복도 기대된다. 잘피 숲은 작은 물고기가 몸을 숨기거나 알을 낳는 장소다. LG화학에 따르면 여수 앞바다 생물 개체 수는 2.5배, 종류는 1.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 흡수와 더불어 수질 개선, 해양 생태계 복원까지 일석삼조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LG화학을 비롯해 6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LG화학은 4년간 14억원을 조성해 사업을 지원한다. 프로그램 운영은 기후 기술 스타트업 땡스카본이 맡고 여수시가 행정 지원을 담당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잘피 서식지 복원과 효과 분석을 진행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해양 생태계 보호와 생물 다양성 보전은 지역사회와 상생뿐 아니라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라며 "글로벌 과학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탈(脫)탄소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에 앞서 잘피 숲 복원에 관심을 가진 기업은 효성이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말 지주사인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3개사가 농어촌 상생 협력기금을 출연해 한국수산자원공단·거제시와 함께 잘피 숲 보전 활동을 하고 있다.
효성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2009년 경남 거제시 해역에 조성한 잘피 숲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지난달에는 바다 식목일(5월 10일)을 맞아 통영시에서 임직원이 참여하는 잘피 심기 행사를 개최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은 글로벌 시민으로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해양 생태계 보전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역할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