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을 죄는 건 한국의 무더위만은 아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보여준 능력은 기업과 노동자에게 경이로움을 안겼다. 그것을 한꺼풀 걷어낸 다음에는 숨막히는 듯한 위기감,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코노믹데일리가 창간 5주년을 맞아 던진 화두는 '디지털 3.0'이었다. 언어의 힘은 강력하고 언론사는 그 힘을 빌어 의제를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 웹 3.0, 디지털 전환 같은 여러 말이 세계를 휩쓸고 다녔지만 굳이 하나를 더 보탰다. 숨 막히게 변하는 세상에서 언론사로서 해본 시도였다.
지난 14일 개최한 기념 포럼 '2023 KEDF(Korea Economic Design Forum)'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여러 전문가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로는 더는 안 된다,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업은 돈 버는 방식을 혁신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챗GPT를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비등하다. 그러나 AI가 진화하는 만큼 사람도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데에는 다들 공감한다. 300여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당시 발명된 증기기관은 인간을 단순 반복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한편으론 인간을 기계에 종속시켰다.
글로벌 수준에 진입한 기업은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 수백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탈 것'을 새롭게 정의하겠다며 로봇을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SK는 이차전지(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를 묶어 'BBC'라며 투자에 나섰다.
이제 갓 다섯살이 된 언론사에서 기업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스스로 돌아봤다. 언론사는 점점 많아지고 이른바 '급'이 매겨지는 속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까. 언론사는 그 자체로 스피커였지만 어느 순간 포털이라는 통로 없이는 잡음에 지나지 않는다. 참 숨막히는 일이다. 10주년, 20주년이 됐을 때도 여전히 숨쉬기 위해 일단, 더 바쁘게 뛸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