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건설 현장 폭력 행위 또는 이를 일삼는 노조 조합원을 일컬어 '건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일부 노조 간부가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을 데려다 쓰라며 금품 갈취와 협박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자 생긴 말이다. 오죽 안하무인이면 건달이나 조폭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붙였나 싶다.
건설 현장 일용근로자로 조직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1박 2일 상경 집회에서 보인 행태는 건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건설노조는 "열사 정신 계승"과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외쳤지만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시민의식이라고는 발톱의 때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저열함 그 자체였다.
여기엔 소위 열사 정신도 대의명분도 없었다. 앞서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지역 간부를 열사(烈士)로 볼 수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세상 어떤 사람이 길바닥을 가로막고 술판을 벌이며 추모를 하는지 의아하다. 노조는 제 얼굴에 침을 뱉고 말았고 건설 노동자를 향한 일부의 편견을 확증하는 꼴밖에 안 됐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광란의 밤을 보낸 뒤처리는 서울시 환경미화원의 몫이었다. 약자를 자칭하는 노동자가 또 다른 노동자를 곤란하게 만들고 말았다. 노조가 신봉하는 '노동자 계급의 단결'은 헛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실력 행사를 하더라도 최소한 같은 노동자마저 등을 돌리게 해서는 안 됐다.
노조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주장은 선진국일수록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을 감내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것이 연대 의식을 가진 성숙한 시민의 자세라고도 한다. 사무실과 상점, 길거리에서 노동자들이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그리고 이들이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고 돌아갈 시간까지 벌어진 온갖 추태를 참아줄 사람은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찰조차 노조 조합원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두른 머리띠는 무법 행위를 해도 좋다는 완장이 아니다. 머리띠가 무슨 대단한 벼슬인 양 행동한 저변에는 치기 어린 군중심리가 있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혼자서는 못할 행동도 여럿이 같이하면 수치심이 덜하기 마련이다. 건설노조가 '건폭 몰이'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부끄러움을 깨닫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