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재계 1위가 꼭 삼성이어야 하나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4-28 16:28:27

5개월 간 들여다본 기업 승계 문제

경영보단 '개인 삶' 중시하는 자녀들

총수 없는 삼성·SK 가능할지 의문

산업부 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의 오너 경영 체제는 지속 가능한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가까운 기간 기업 승계 문제를 다루면서 시종일관 머릿속을 맴돈 질문이었다.

많은 기업이 창업주의 아들, 손자, 길게는 증손자, 고손자까지 세대를 거듭하며 몸집은 커졌고 가족 간 혈연 관계는 옅어졌다. 형제(2촌)에서 4촌으로 촌수가 늘어나며 사실상 '남'에 가까워져 자연스럽게 계열 분리로 이어지는 기업도 있었지만 2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분란이 일어나 결별하는 기업도 있었다.

평화로운 승계를 이뤄내고 장기간 존속 또는 성장하는 기업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보였다. 누가 가업을 맡을지를 두고 가족이 합의를 했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신사협정'을 맺진 않더라도 최소한 암묵적 동의는 있었다. SK를 비롯해 LG, GS, LX를 아우르는 범LG, 두산 등이 분쟁을 최소화한 사례다.

문제는 지금 총수인 사람보단 그 이후 세대다. 현재 활동 중인 총수들만 해도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했고 오랜 기간 경영 수업도 받았다. 이들의 자녀는 얘기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소위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라긴 했지만 각자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한 듯하다. 이들도 어쩔 수 없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모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세 승계는 없다"고 공언한 데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었겠지만 갓 성년이 된 두 자녀가 후계자로서 삶보단 자유인이 되기를 원해서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승계에 대해서는 "본인(자녀)의 삶을 살 것이고 승계를 강요하진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질문을 바꿔 보면 '현재 총수 이후 각 기업을 이끌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때가 되면 어떻게든 답을 찾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잘 안 간다. 시야가 좁고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총수가 없는 삼성, 현대차, SK, LG가 가능할지, 또한 어떤 모습일지 쉽게 감이 잡히질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 똑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돌아온 대답은 "재계 1위가 꼭 삼성일 이유가 있나요"였다. 그는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사업가가 등장해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2000년대 초와 비교해 2020년 미국 10대 기업은 상당히 많이 바뀌었는데 그렇다고 미국 경제가 망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재계 1위가 삼성이어야 한다거나 지금 순위가 그대로여야 할 이유는 없다. 기업 몸집으로 매긴 순위가 활발하게 바뀐다는 얘기는 그만큼 경제가 역동적이라는 뜻이다. 단지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해 쇠락하는 게 순위 변동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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