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을증은 마음의 감기와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경정신과를 질병 관리를 위해 찾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관리가 안 된 신경정신과적 환자가 묻지마 칼부림 등 범죄를 벌이는 일이 벌어지면 B씨는 누구보다 안타깝다. 스스로 병원 문을 두드린 B씨와 같이 본인 스스로, 혹은 가족이라도 관심을 갖고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MBC TV 금토 드라마 ‘연인’의 도입부도 세도 있는 양반집에서 감추고 싶은 심각한 정신질환자들을 마치 감옥과 같은 곳에 가두어둔 비밀 정신병동을 비추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했다. 그 시대 배경이 병자호란, 지금도 신체의 병은 떠들어야 어디서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물론 모든 묻지마 범죄가 정신질환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인들을 살상 대상으로 삼는 사이코패스들의 묻지마 범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묻지마 범죄 가해자 상당수는 관리가 되지 않은 정신질환자였다. 사이코패스는 막기 어려워도 정신질환자는 관리가 불가능하지 않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를 호신 도구를 사들이며 막연한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고 냉정을 되찾자.
묻지마 범죄가 선진국형 범죄란 핑계도 버리자. 우리 주변의 관리 가능한 환자부터 꾸준히 관리하고, 환자와 정상인의 경계선상에 있는 소외된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자. 묻지마 범죄란 이름도 버려야 한다. 세상에 동기 없는 범죄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다중이용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고 개인의 호신도구 마련 등 자구노력과 더불어 그 동기를 먼저 찾고 이유를 묻자. 그래야 최소한 정신질환자 방치로 인한 다중 대상 살상 범죄를 예방하고 단 한 명의 희생이라도 더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