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간판을 바꿔 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준법경영 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한경협 가입을 염두에 두고 최대 우려 사안인 정경유착에 관한 단서를 명시하면서다.
삼성 준감위는 18일 이찬희 위원장 주재로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회의실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전경련이 요청한 삼성 계열사의 한경협 가입에 관한 안건을 논의했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1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를 거쳐 한경협이 연관된 정경유착 행위가 있을 땐 즉시 해당 단체를 탈퇴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삼성 준감위는 "위원회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전경련 혁신안은 선언 단계에 있고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경협 가입 여부는 제반 사정을 신중하게 검토해 관계사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그동안 노력해 온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일 관계사가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 필요한 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준감위는 전경련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실천 절차, 회계 투명성 등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방안을 추가로 확인한 후 보고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삼성 준감위의 이번 권고로 계열사마다 이사회를 열어 한경협 가입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해산해 한경협에 흡수시키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경연 회원사가 동의하면 회원 자격을 한경협이 승계하게 된다. 삼성 계열사 중 한경연에 가입한 곳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5개사다.
일각에선 준감위 회의가 한경협 가입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의심하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지난 16일 열린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이러한 비판에 위원들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삼성 준감위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7개 계열사에 대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기능을 하는 독립기구로 특정 사안을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 준법경영에 어긋나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우려될 때 권고·통제할 권한을 가졌다.
삼성이 한경협에 합류할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에 포함되는 나머지 기업도 계열사별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가입 여부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한경연 해산과 한경협 출범을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