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경영계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기업 대표에 직접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개정과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선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선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의견서 제출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 3월 산업안전보건법령 정비추진단을 발족한 데 따른 것으로 의견서에는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항을 보완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경총은 많은 중소기업이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위험성 평가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50인 미만 기업 대상 시행 시기를 2년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 부칙에 따르면 이 법은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경총은 사업장 내 위험성 평가 체계가 정착될 때까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벌칙 도입을 재검토하고 평가 범위를 위험 요인 발굴과 위험성 결정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위험성 평가 때 근로자 협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안법 하위 법령인 안전보건규칙 위반 벌칙을 부과할 때에도 그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는 조문별로 위임 근거와 벌칙 부과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경미한 위반 행위에도 엄한 형벌이 가해질 수 있어 위반 행위의 경중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작업중지 명령이 구체적인 기준 없이 내려져 조업 차질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작업중지 명령 요건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고 현장 감독관이 작업중지를 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논란이 된 원·하청 역할과 책임과 관련해서도 "현행 규제가 원청 책임을 비현실적으로 설정했다"며 "원청 사업자가 책임져야 하는 도급 범위와 책임 범위를 합리화하고 원·하청 간 역할에 맞는 의무·벌칙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청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문제로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더해 경총은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 책임도 함께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에 근로자가 따르지 않아 발생한 사고도 사업주만 책임을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경총은 근로자 준수 의무를 산안법에 규정하고 사업주 조치에 대응하는 근로자 협력 의무를 안전보건규칙의 모든 조문에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사업주 의무 중심의 법령 체계와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규제에 원인이 있다"며 "정부가 마련 중인 법령 개편안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효적인 방안들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