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부채를 갚지 못할 위험에 빠지고 소비와 생산마저 부진하면서 하반기 반등을 기대한 국내 기업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 3곳 중 1곳은 이미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실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수출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중국 경기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질문에 32.4%가 '이미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50.3%는 중국 부동산발 위기가 장기화하면 실적 하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중국 내 소비 침체(33.7%)였다. 이어 산업 생산 부진(26.7%)과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20%), 통관 절차와 무역 장벽 강화(19.6%) 순으로 답했다. 실적 악영향을 받거나 예상한 기업 중 대다수는 중국 소비재와 중간재 판매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
중국 부동산 리스크는 컨트리가든에서 시작해 소호차이나, 중룽신탁 등 개발회사와 금융사로 번지며 경기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소매 판매 증가율이 지난 7월 2.5%로 떨어지고 청년 실업률 6월 기준 21.3%로 급증해 아예 집계를 중단한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중국 경제 회복을 계기로 하반기 경기 반등을 노렸으나 오히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둔화한다면 우리 기업은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진출 기업 상당수는 올해 경영 실적이 목표 대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1~7월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25.9%나 줄었고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40.4%), 디스플레이(-45.7%), 화장품(-25.3%), 석유화학(-22.5%) 등은 특히 감소 폭이 컸다.
전망도 어둡다. 조사 기업 79%는 중국 경제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기업은 21%에 그쳤다. 이들 기업은 제3국으로 판로를 다변화하거나 생산 시설을 중국 이외 국가로 이전하는 등 탈(脫)중국 전략으로 대응했다. 품목 다변화와 가격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국 공략에 여전히 집중하겠다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경제계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이탈하기보다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 경기 부진 원인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같은 장기적 구조조정 과정이라는 관측도 있어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판로와 생산 기지를 다각화하고 확실한 기술적 경쟁 우위를 점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