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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의 사회 잇슈] 소멸하는 대한민국…필리핀 이모님들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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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의 사회 잇슈] 소멸하는 대한민국…필리핀 이모님들 구원투수 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논설위원
2023-09-02 18:34:4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박경아
사진=박경아
[이코노믹데일리] 글러 먹었다. 부모 입장에서 말 안 듣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악담이 “딱 너 같은 자식 낳아봐!”였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애를 낳기는커녕 결혼 자체를 안 한다. 그러니 결혼도 안 한다는데 ‘너 같은 자식’을 낳을 리 없어 이제 말 안 듣는 자식에게 쏘아줄 악담 중 최고의 악담을 써먹기 글러 버린 것이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추락해 큰 충격을 줬는데 올해는 0.7명 선마저 깨질지 모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합계출산율은 0.76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올 하반기에는 0.6명대까지 떨어질 우려가 높아 보인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란 캠페인을 벌이던 시절이 그리 멀지도 않은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8명이다. 프랑스(1.8명), 미국(1.66명), 영국(1.53명), 일본(1.3명) 등 한국(당시 0.81명)을 제외한 37국 모두 1명 이상이었다. 

올 6월 태어난 출생아는 1만8615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줄었다. 1981년 월간 통계를 작성한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적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44개월째 자연 감소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수준을 의미하는 대체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하는데 1명 미만인 출산율을 보면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세계사의 첫 번째 국가가 되는 게 아닌지 공포심마저 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양질의 일자리는 적고 주거비 부담은 나날이 커지면서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사치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결혼해서 낳는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양육비며 교육비를 투자하는 ‘금쪽이’로 길러진다. 자신들도 부모들에게 사교육비 부담을 주며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 자식은 그냥 자식이 아니라 사교육비를 투자해야 하는 대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 감소로 소멸하는 미래를 막기 위해 정부는 최근 2자녀부터 다자녀로 지정해 주택청약 등에서 가점을 주고 필리핀 가사도우미 도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외신들도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소개하면서 "한국은 더 많은 아기와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올해 12월부터 100여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서울에서 일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경력 단절을 꺼리는 고학력 여성 증가, 생활비 상승과 더불어 육아·가사 부담은 한국의 혼인 및 출산 감소의 한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며 최근 한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9∼34세 성인 중 절반 이상이 결혼 후에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36.4%만이 결혼에 긍정적 시각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한국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서울시에서 시범 도입하기로 한 계획을 상세히 보도하며 “이 문제는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이민자 수용에 대한 역사적 거부감 등이 합쳐진 데 있다”면서 “많은 한국 여성들은 높은 육아비용 때문에 많은 집에 머물며 가족을 보살피거나, 자녀 갖기를 포기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정부가 현금 보조금을 뿌려도 젊은 층은 여전히 아이 낳기를 꺼리고 있다”며 그 배경으로 취업난, 경력 단절, 높은 교육비, 치열한 경쟁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지목했다. 이런 문제가 출산·육아에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단순히 양육비용을 덜어주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WSJ은 1970년대에 4.5명으로 정점에 달했던 한국의 출산율이 낮아진 데에는 안정적 일자리 부족과 집값 폭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최근의 집값 하락은 출산율을 올리는데 조금이라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내 자식도 말 안 듣는 본인 자식에게 “딱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하고 악담도 하며 결혼해 지지고 볶고 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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