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웬델 P. 윅스 코닝 회장과 만나 반세기 동안 이어진 각별한 관계를 보여줬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유리를 생산하는 코닝은 삼성전자와 50년간 협력한 회사로 지난달 31일 한국에 2조원을 투자해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벤더블 글라스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충남 아산시 디스플레이시티에서 열린 '코닝 한국 투자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회장과 윅스 회장 모두 푸른 계열 색상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기념식 전후는 물론 중간까지 총 다섯 차례나 포옹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기념식에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우의를 다졌다.
이 회장과 윅스 회장은 31일에도 만나 저녁을 함께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저녁을 윅스 회장과 둘이 먹었는데 창문 밖을 보니 슈퍼문이 떠 있더라"며 함께 겪은 많은 일들이 생각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삼성과 코닝의 인연은 1973년 합작법인인 '삼성코닝'을 설립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그때만 해도 막 TV 생산을 시작한 세계 시장에서는 이름 없는 회사였다. 고(故) 이병철 회장은 당시 기준으로도 100년 역사를 가진 유리 제조기업 코닝의 문을 두드렸고 삼성코닝은 1975년 경기 수원전자단지에서 TV 브라운관용 유리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삼성코닝은 1983년 컬러 TV 브라운관 유리 생산을 시작해 2014년 삼성이 보유 지분 전부를 코닝에 매각하기까지 플라즈마표시장치(PDP),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을 만들었다. 삼성은 미국 코닝 본사 지분을 확보해 현재 이 회사 2대 주주(지분율 9.45%)로 올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은 2012년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를 세우기도 했다.
코닝과 함께한 50년 동안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TV와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50년 전 코닝은 기적과도 같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난한 나라의 삼류 기업 삼성의 손을 잡아줬다"며 "코닝과의 협력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고 밝혔다.
코닝은 아산에서 벤더블 유리를 생산해 삼성전자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Z 시리즈에 코닝 제품을 사용 중이다. 한국에서는 '고릴라 글래스'로 잘 알려졌다. 삼성과 코닝은 이른바 접히는 유리인 벤더블 글라스의 약점인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에도 협력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