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류진 신임 회장 추대 안건을 비롯해 명칭 변경과 목적사업 추가가 담긴 정관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정관 개정에 따라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가 됐다. 이 명칭은 1961년 창립 때부터 1968년까지 쓰인 것으로 이번에 이름을 변경하면서 전경련이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담았다. 새 이름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가 승인한 뒤부터 공식 명칭으로 사용된다.
한경협은 기존 전경련과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합친 단체다. 싱크탱크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로 전경련은 정관 중 목적사업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장 사업'을 추가했다. 전경련 측은 "한경협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진 회장은 이날 "G7(선진 7개국) 대열에 당당히 올라선 대한민국을 목표로 삼겠다"며 취임 일성을 밝혔다. 류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는 것이 기업보국의 소명을 다하는 길"이라며 "이 길을 개척하는 데 한국경제인협회가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류 회장은 향후 한경협이 경제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중추 경제단체로서 윤리경영을 실천해 투명한 기업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정경유착을 차단할 내부 통제 기구로 윤리위원회 설치 규정을 정관에 명시하고 윤리헌장을 채택했다. 류 회장은 "단순한 준법 감시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최대 관심사인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 계열사의 재가입 여부도 이날 결론이 드러났다. 4대 그룹은 2016년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전경련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이듬해 이 단체를 탈퇴했으나 한경연 회원으로는 남았다. 한경협이 한경연을 흡수하며 회원 자격을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4대 그룹 계열사 경영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새 회장이 취임하는 자리인 데다 그간 '4대 그룹 복귀'에 과도한 관심을 받으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경협 출범과 류 회장 취임으로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는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김 직무대행은 전임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지난 2월 말 전경련 회장직을 대행해 혁신 작업을 이끌어 왔다.
이날 총회를 기점으로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김 직무대행은 "회장단과 비상근전무, 직원 모두 몇 년간 전경련이 제 활동을 못했지만 잠재력과 역량이 살아있다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직·간접적으로 할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역대 최장기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허 회장은 류 회장 제안에 따라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