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과 변속기오일 등 내연기관차 윤활유 브랜드인 지크(ZIC)는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 냉각제·윤활유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SK엔무브는 전기 에너지가 쓰이는 모든 곳에 효율을 높이는 새 브랜드로 'ZIC e-플로(FLO)'를 선보일 계획이다.
SK엔무브는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ZIC 브랜드 데이' 행사를 열고 이같은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SK ZIC 제품군이 전면적인 개편을 맞은 것은 1995년 브랜드 출시 이후 30여년 만이다.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ZIC 브랜드로 엔진오일 시장뿐 아니라 전력효율화 시장을 새로 열겠다"며 "글로벌 윤활유 시장 알짜 기업이자 1위 기업을 넘어 미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SK에너지에서 2009년 분사한 이후 14년 연속 흑자를 낸 기업이 사업 재편에 나선 이유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다. SK엔무브는 윤활유는 물론 윤활유의 기초 재료가 되는 윤활기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개막하면서 내연기관 윤활유만으론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SK엔무브는 2040년 글로벌 전기차 윤활유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을 목표로 잡았다. 박 사장은 "현재 점유율 40%인 고급 윤활기유(그룹Ⅲ)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전기차 윤활유를 개발해 공급하며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40년 전체 운행 차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48%, 전기차 윤활유 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전망된다.
SK엔무브가 주목한 또 다른 분야는 액침 냉각이다. 이는 냉각 작용을 하는 액체에 서버 컴퓨터나 배터리를 직접 담그는 것으로 찬바람으로 열을 떨어뜨리는 공랭식보다 효율이 뛰어나다. 세계 액침 냉각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원 미만으로 추산됐는데 2040년에는 42조원 수준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 GRC에 2500만 달러(약 330억원) 지분을 투자하고 지난달에는 정보기술(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기술 상용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내연기관 기반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SK엔무브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여전히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연 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엔진오일 수요에도 꾸준히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