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다. 삼성 관계사 20곳은 지난 11일 채용 공고를 내고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들어갔다. 올해 삼성의 구체적인 채용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35.4%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한 곳은 24.4%를 차지했다.
지난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채를 도입한 삼성은 현재 주요 대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SK, 현대자동차그룹, LG는 올해 하반기에 삼성과 달리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채용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시채용은 일정한 기간 없이 필요한 분야의 인재를 수시로 공고해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기업들은 공채를 폐지하고 관계사별로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는 수시채용을 도입하는 추세다. 갈수록 업무가 전문화되면서 기업들도 기존 정기 공채 방식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정 직무에 필요한 인원을 바로 뽑을 수 있는 수시채용이 경제·시간적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인력을 충원할 수 있고 경영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수시채용은 달갑지 않다. 취준생 A씨는 "대다수 공채가 폐지되면서 언제, 어떤 직무로 채용 공고가 올라올지 모르니 어떻게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감이 안온다"며 "닥치는대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산업계 인력난이 극심한 상태지만 수시채용은 공채보다 뽑는 인원이 극히 적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는 기술 고도화에 따라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현상도 늘고 있다. 경력이 없는 대학을 갓 졸업한 취준생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