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초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ARC' 기공식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SK종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환경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울산ARC는 3대 글로벌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한 곳에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하는 세계 최초·최대의 플라스틱 재활용 생산 단지다. 울산ARC가 가동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톤(t)이 재활용된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9%가 처리가능한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 2020년 2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며 꾸준한 수익성을 냈던 NCC 공정을 가동중단했다.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석유화학 산업에서 벗어나 '지구 중심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SK지오센트릭은 이번 울산ARC에 화학 산업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잡힌 상태다. 다만 대다수는 단순히 자르고 녹이는 기계적 재활용이 적용돼 재활용 횟수에 한계가 있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폐플라스틱 중에서도 소각이나 폐기될 수밖에 없는, 깨끗하지 않고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폐플라스틱 시장이 현재 중소기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기술·설비 등을 지원하며 제휴를 맺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지오센트릭은 글로벌 파트너 3사(캐나다 루프, 영국 플라스틱에너지, 미국 PCT)와 협업해 우수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루프(Loop)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해중합,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기술, PCT는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을 담당한다.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최고경영자(CEO)는 "의류 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SK지오센트릭과의 협업이 큰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울산에 구현될 기술은 화석 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대비 연간 2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지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울산ARC 공장을 짓기 전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SK지오센트릭의 기술과 역량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이 퀄리티 높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공급받기 위해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생산될 물량의 약 30% 수준은 선주문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나 사장은 "르네상스를 대한민국 화학 시대의 부흥이란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며 "인류에게 편리함과 환경 위험의 양면을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쓰임을 다시 해석하고 쓰레기로 버려지고 태워지던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화학시대의 르네상스'를 그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사장은 "공장이 가동된 후 시점을 기준으로 매출은 7000억원, 영업이익은 25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 시장 자체가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동 전에 100% 선판매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재 '국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상으로는 석유와 석유제품만을 정제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원료로 투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나 사장은 "적극적으로 정부와 이야기하고 있다"며 "현행법은 선형경제 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순환경제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