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시승기] 폭스바겐 ID.4, '디젤 맛집'에서 나온 담백한 전기 SUV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11-21 06:00:00

한국에 선보인 첫 전기차, 기본기로 승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운전 감각이 장점

전년比 주행거리↑…서울 기준 5300만원

폭스바겐 ID4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ID.4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폭스바겐은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차별화된 전동화 길을 택했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얹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완전 전기차로 직행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ID.4는 이 브랜드가 내놓은 첫 번째 '순수 전기차'다. 과거 '디젤 게이트'로 홍역을 치른 폭스바겐은 ID.4를 기점으로 전동화에 고삐를 틀어쥐는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경기 가평군 일대에서 만난 2023년형 ID.4는 폭스바겐의 전동화 비전을 제시하는 차다. 둥근 선과 면을 강조한 외관, 고급스러움은 더하고 심미성을 해치는 요소는 모조리 덜어냈다. 주행 질감은 내연기관의 그것과 차이를 줄이면서도 전기 파워트레인(구동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살려냈다. 한국에서는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이라는 다소 애매한 마케팅 전략도 그대로 가져간다.

이번에 탄 ID.4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연식 변경을 거친 모델로 내·외관이 바뀌지는 않았다. 배터리 용량도 82킬로와트시(㎾h)로 같지만 주행거리는 환경부 인증 복합 421㎞로 16㎞ 늘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답게 눈높이가 높고 전방 시야도 잘 확보된 편이었다. 내연기관차의 계기반을 대체한 'ID.콕핏'은 크기가 5.3인치로 작지만 주행 속도와 주행 가능 거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정보를 표시하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폭스바겐 ID4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폭스바겐 ID.4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시스템은 터치 버튼 몇 개만 남겨두고 12인치 화면 속으로 들어갔다. 심지어 버튼 기능을 알려줄 표기조차 극단적으로 간소화했다. 요즘 차들이 으레 그렇듯 버튼을 줄이면 보기엔 좋지만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실내 생김새,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단순 명료하다.

폭스바겐이 내연기관 시절부터 가장 잘한 건 '기본기'다. 시승 현장에서 만난 사야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도 이 점을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잘 달리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했다. 독일 엔지니어의 고집 같은 것일까. 아스키지안 사장은 "폭스바겐 차량을 직접 운전해 보면 단순한 사양, 그 이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을 켜고 운전석 정보창 오른쪽에 있는 변속 스위치를 'D(드라이브)'로 돌리면 주행 준비가 끝난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더라도 가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서서히 앞으로 나가자 전기차 특유의 정숙한 주행이 시작됐다.

가속력은 저속, 중속, 고속 상관없이 일정하게 속도를 올려줬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확실히 묵직하다. 따로 패들시프트가 없이 'B(브레이크)' 모드를 켜면 회생제동이 가능하다. 완전한 원 페달 드라이빙까진 아니지만 내리막에서 적극적인 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 주행거리를 늘려줬다.
 
폭스바겐 ID4 뒷모습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ID.4 뒷모습[사진=폭스바겐코리아]
운전하는 느낌, 승차감을 내연기관차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 한 노력이 돋보였다. 전기차는 멀미를 유발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ID.4는 B모드를 끈 상태에서 한결 자연스럽게 가감속했다. 주행 모드에 따라서도 다른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 반응이 민감해지고 회생제동이 적극적으로 걸리는 반면 컴포트 모드에서는 부드러웠다. 그래도 운전자의 발재간에 따라 동승자가 체감하는 울렁임 차이가 컸다.

몇 가지 확연히 드러난 장점도 있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높은 차체 덕분에 뒷좌석 센터 터널(바닥 가운데 불룩 솟은 부분)이 평평했다. 따라서 실내가 넓어 보이면서 타기 편했다. 또한 앞차와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운전자 시선이 닿는 곳에 빨간색 조명으로 경고해 좀 더 빠르게 브레이크로 발을 옮길 수 있었다. 굽이진 도로에서는 살짝 속력을 높여도 중심을 잘 잡아 후륜 모터의 이점이 부각됐다.

아쉬운 점은 제동할 때 브레이크를 얼마나 깊이 밟아야 할지 처음엔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차와 가까워지는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진다면 생각한 것보다 더 강하고 깊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제동력의 문제라기보단 페달 반응이 낯설게 설정된 듯하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후 △ID.4 프로 라이트 5690만원 △ID.4 프로 5990만원이다. 국고 보조금은 5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유럽산 전기차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ID.4 프로 모델을 산다면 5300여만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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