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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소비자 '니즈' 앞선 기업 '욕심'…커지는 전기차 리스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은주 기자
2023-12-05 06:00:00

전기차 시장 고개 숙여…기업 "대중화 위한 과도기"

소비자, 각종 사고 소식에 전기차 완성도에 '의구심'

실적 부진에 구조조정風…"원인 해결은 언제하나?"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모습서울시소방재난본부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모습[서울시=소방재난본부]
[이코노믹데일리] 완성차 업계는 전 세계 탄소중립 기조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룩한 산업군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3년간 전동화 전환을 위해 너도나도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전기차를 '애물단지'로 보는 못마땅한 시선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5일 SNE리서치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캐즘(Chasm)' 영역에 진입했다. 캐즘은 신제품이 초기 빠른 성장세를 보이다가,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현상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을 기점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 2023년 30.6%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년에도 전기차 시장의 내림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이며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고속 성장을 배경으로 앞다퉈 공격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나섰지만, 시장 추세가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경우 출혈 경쟁‧재고 누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대중화로 전환되는 과도기"라 진단하면서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숨죽이고 주시하는 모습이다.

전기차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한풀 꺾인 원인부터 따져 봐야 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근 도마 위에 오른 '전기차 안전성'이 한몫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화 전환에 중점을 둔 나머지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완성도가 부족한 차를 시장에 내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급 초기부터 단점으로 거론된 친환경차 보조금 감축·충전 인프라 부족·충전 이용 불편 등과 맞물려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보급 속도에 맞춰 충돌·화재 등 안전 기준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기차 화재는 3년 동안 약 3배 증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20년 12건, 2021년 15건, 2022년 33건이었고 올해 8월까지는 34건으로 누적 발생 건수는 94건에 달하고 있다.

94건 가운데 51건(54.3%)은 전기차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었다. 그리고 27건(28%)은 차량 기타 부품(커넥터, 운전석 열선 등), 16건(16%)은 블랙박스 보조배터리, 휴대용 충전기 등 차량에 장착된 액세서리 등에서 불길이 시작됐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화재 사고는 주로 내장된 배터리의 스웰링(Swelling)현상이나 밸브나 배관의 내부 설계 불량, 브레이즈(Braze Joint) 불량, 접지 불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작은 접촉사고가 화재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이뤄져 충돌 등 손상을 입게 되면 분리막이 파열되면서 양극과 음극이 만나 불꽃을 만들게 된다. 전기차 한 대당 수천개의 배터리가 셀을 이뤄 탑재돼 있는데, 셀 안에 불이 나면 옆에 있는 셀로 옮겨 붙으면서 급속도로 열이 오르는 '열폭주' 현상도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안전성을 비롯한 전기차의 완성도를 필요로 하는데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 심리를 읽지 못하고 헛발질만 하고 있다. 최근 중국·미국·유럽 등지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도산, 구조조정 등 애먼 곳에 화풀이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내년 전기차 실적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인 해결이 우선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200여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파산 위기다. 중국 경기 침체로 인해 자동차 등 고가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둔화하고 실적 부진으로 자금 유치까지 어려워진 탓이다.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중 3분의 1은 올해 7~9월 차량을 500대도 팔지 못했다.

미국·유럽 등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신생 전기차업체 로즈타운 모터스가 파산 신청을 하고 패러데이 퓨처, 니콜라, 카누, 피스커 등도 양산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대로 된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투자 연기,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한 버티기에 들어갔다. 니콜라는 이탈리아 트럭 제조 업체 이베코 그룹과 유럽 합작 사업을 중단했고,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생산도 중단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1, 2위를 다투고 있는 비야디(BYD)와 테슬라 외에는 전기차 부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전기차 사업부 실적을 공개한 포드는 3분기에만 1조7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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