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호주가 최근 국가 전기자동차 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가속화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호주의 전기차 판매가 올해 급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글로벌 전기동력차(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수소차 포함) 판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로 떨어졌다. 올해는 30.6%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증가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1~9월 세계 전기동력차 판매댓수는 1003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3% 늘었다.
내년에도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호주에서는 글로벌 시장 추세와 반대로 2022년 전체 자동차 판매의 3.8%에 불과했던 전기차 점유율이 올해(1~9월) 7.3%로 상승했다. 배터리 전기차 판매댓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6만5000대로 집계됐다.
사실 호주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물질인 리튬의 세계 1위 생산국이다. 2021년 기준 호주의 리튬 생산량은 5만6000t으로 2위 생산국 칠레(2만6000t)의 두 배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배터리 생산 능력이 없어 리튬을 미국, 중국, 한국 등으로 수출하고 리튬배터리는 전량 수입하는 실정. 이에 국민적 불만이 높아져 호주 공영 ABC방송이 “호주는 세계 배터리 강국들의 채석장”이라고 자조적인 보도를 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19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연방정부 최초로 발표한 ‘국가 전기 자동차 전략(National Electric Vehicle Strategy)’는 호주인들에게 더 많은 전기 자동차를 보급해 선택권을 넓히고 친환경적이면서도 구입비‧유지비가 낮은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로드맵을 포함하고 있다.
호주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호주는 여태 연비 기준이 없는 선진국 중 하나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럽 등 높은 규제가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전기차와 같은 고효율 차량을 수출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호주의 친환경 모빌리티 성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호주 자동차 소비자는 다른 나라 소비자들보다 △전기차 모델 선택권이 적으며 △더 많은 연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호주에서 수입하는 전기차종도 주로 저가에 중량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대부분 중국 BYD의 아토 3, 미국 테슬라의 모델Y와 같은 저가 모델들이다. 또한 호주는 유럽보다 40%, 미국보다 20%, 뉴질랜드보다 15% 더 많은 자동차 연료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호주의 새로운 국가 전략대로라면 연비 규제 도입 시 운전자들은 차량 1대당 연간 519 호주달러의 연료비 절약이 가능하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멜버른무역관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전기차 공급의 다양성을 개선하고 자동차 유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말까지 국가 경차 연비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117개 전기차 고속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향후 전기차에 대한 세금 할인 혜택을 통해 전기차 수요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대규모 고속 충전소 건설 프로젝트와 주택·아파트·공공시설 등에서 필요한 충전기 및 관련 부품 구매 증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