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IET)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4년도 산업기술 R&D 과제기획 공청회'를 열고 "국가 예산을 줄인 이유는 '나눠주기식 지원'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목적성이 있는 중대형 과제 중심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섭 KIET 시스템 반도체 PD는 발표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은 1등이지만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11년간 국내 수출품목 1위, 전 세계 반도체 생산 2위 국가이지만 당면한 현안이 많다"고 전했다.
김PD는 대한민국 시스템 반도체 산업 앞에 닥친 현안으로 △기술경쟁력 취약 △기술 확보 시급 △연구인력 부족 △중국 반도체 굴기 등을 꼽았다. 특히 연구인력과 관련해 김PD는 "반도체는 대기업 영역이란 인식과 부족한 정부 R&D 지원 때문에 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전기화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산업·안보 공급망이 핵심으로 부상했다. 업계는 성장성이 높은 시스템 반도체의 수출 투자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취약 부분을 보완해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되지 못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 반도체 R&D 예산 중 시스템 반도체 예산은 83.5%가 삭감됐다. 경기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따른 지원 예산도 3884억원이 편성됐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다.
국가 지원이 대폭 줄자 업계에서는 반도체 '초격차 확보'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강국을 구현하겠다면서 R&D 예산을 줄인 것은 정작 투자를 막겠다는 날선 비판도 나온다.
이에 김PD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설계·제조·후공정 전반으로 지원하겠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육성을 위한 공정 개방을 확대하고 첨단공정 설계자산(IP)을 공동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간 기술 협력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전력 반도체, 첨단 반도체 등 차세대 주력분야용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화학물 전력 반도체 고도화 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에 135억원이 투입된다.
김PD는 "특히 미국, 중국 등과 같은 국내 팹리스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수요 연계 R&D도 지원할 예정"이라며 "총 330억원의 예산으로 미국 내에 신규 R&D 거점을 마련하고 중국에서는 이미 확보한 거점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