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미국 내 많은 주(州)들 가운데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 중 하나가 캘리포니아주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의 여러 주 가운데 환경 및 지속가능성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주 중 한 곳 역시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그린 이코노미’를 강조하는 ‘자발적 탄소 시장공개법(The Voluntary Carbon Market Disclosures Act)을 통과시켜 주목받고 있다.
일명 ‘반(反) 그린워싱 규제(Anti-greenwashing requirements)’로 불리는 자발적 탄소 시장공개법은 캘리포니아주 하원에서 발의된 뒤 지난 10월 7일 개빈 뉴섬 주지사의 최종 서명으로 법제화돼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발효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이 법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넷제로(Net zero), 탄소 중립, 배출 절감 등 탄소 감축 관련 내용을 주장하거나 주 내에서 ‘자발적 탄소 상쇄’를 마케팅·판매·구매·사용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상세 정보의 공개 의무를 지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 상쇄란 “제품이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연관이 있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한다는 내용을 내포하는 ‘온실가스 배출 상쇄’, ‘자발적 배출 감축’ 등 용어를 내세워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판매되거나 마케팅된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은 환경을 중시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여론에 편승하기 위해 표면으로만 친환경적 방안을 실천하는 듯 마케팅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본격적으로 맞선다는 취지를 지녀 ‘반(反) 그린워싱 규제’로도 불리고 있다. 즉 ‘무늬만 친환경인’ 활동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새 법은 크게 세 가지로 초점을 나눠 △자발적 탄소 상쇄를 마케팅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자발적 탄소 상쇄를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경우 △탄소 미배출 혹은 탄소 배출량 감축에 관해 주장하는 기업들에게 적용된다.
공개가 요구되는 모든 정보는 최소한 1년에 한 번 업데이트돼야 하며 해당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위반 기간 하루당 최대 2500 달러(벌금 총액 상한선 5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측은 “지난 몇 년 간 글로벌 사회에 지속가능성이 범산업적 화두로 대두되고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에 2021년 복귀하며 탄소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이에 미국 내 많은 기업들이 이미 탄소 감축이나 넷제로 경제에 도달하기 위한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활동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애플을 들 수 있다. 본사가 캘리포니아 쿠페르티노에 위치한 애플은 지난 2020년 이미 자사의 글로벌 사업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자사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서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Apple 2030’ 기후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현지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본 법의 규제 대상이 다소 불투명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법에서 언급된 규제 대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따로 없어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측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기존의, 혹은 계획된 모든 넷제로·탄소 중립·배출 감소 관련 활동에 관해 확연하게 파악하고 명확한 정의를 내려 필요한 입증·검증을 진행하는 동시에 주 법에서 정의하는 ‘자발적 탄소 상쇄’와 관련된 데이터 역시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기업 혹은 브랜드의 웹사이트, 제품 라벨,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에 기후나 탄소 관련 주장들이 사용된 경우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