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열린 2024년 제1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다고 발혔다. CCS란 ‘Carbonite Capture and Storage’의 영문 앞글자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을 뜻한다.
총사업비 2조9529억원,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사업기간으로 기획된 이 사업은 지난 2021년 말 생산 종료한 동해가스전 천연가스가 차지했던 지하공간을 CO₂ 저장소로 활용, 국내 CCS 산업 생태계 조성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산업부 주관, 해양수산부 협조로 진행되는 이번 실증사업은 울산·부산에서 포집한 CO₂를 허브터미널에서 압축·액화한 후 해저 파이프를 통해 동해 서폐가스전 고갈저류층에 주입·저장하는 사업이다. 2030년부터 연간 12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 26일 산자부 주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담 ‘한반도 권역별 종합 2D·3D 물리탐사 및 전산 재처리를 통한 상용화급 대규모 CO₂ 저장소 확보’ 국책과제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양대, SK어스온 등 분야별 전문 기술을 보유한 7개 기관과 민간 기업, 학계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국책과제는 한반도 주변 해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광범위‧정밀하게 탐사, 동해가스전 외에도 CO₂를 어느 장소에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석유공사는 과거 국내 대륙붕 석유 탐사를 위해 확보한 물리 탐사 자료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SK어스온은 40년간 쌓아온 해저 원유 탐사 기술 역량을 활용해 한반도 인접 해역에 대한 정밀 탐사를 실시, CO₂ 저장 유망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SK어스온은 이미 2021년 CCS(탄소 포집·저장) 전담 조직을 설립해 미국, 호주, 동남아 등에서 CCS 사업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생성장 기본계획’에서 CCS를 통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연간 480만t으로 상향하고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한다고 발표, 10억t에 달하는 대규모 CO₂ 저장소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국가 탄소중립에서 CCS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미 북미·유럽 등지에서는 대규모 CCS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국경을 초월해 CO₂의 해저 저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유로 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8일(현지시간) 덴마크가 북해 해저 1800m에 마련된 CO₂ 저장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영국 화학기업 이네오스(Ineos), 독일 석유기업 빈터쉘데아(Wintershall Dea) 등이 참여한 다국적 컨소시엄의 ‘프로젝트 그린샌드(Project Greensand)’가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각국 기업 및 연구소 등 23곳이 참여했고 덴마크 정부는 2600만 유로(약 362억원)를 지원 중이다.
프로젝트 그린샌드가 진행 중인 곳은 매장량이 고갈된 바다 밑 유전으로 대기 중에서 포집된 CO₂를 액화 상태로 저장 시설까지 선박으로 운송한 뒤 해저 지층에 영구적으로 매립해 저장한다. 단단한 주변 지층 덕분에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
덴마크 북해 해저에 자리한 이 매립지는 인접국의 CO₂도 저장할 수 있는 일종의 '초국경 저장시설'. 2030년까지 매년 800만t가량의 CO₂를 영구 매립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 국토의 CO₂ 저장용량 평가를 시작했으나 육상 저장소 평가 연구는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해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한반도 주변 해역은 넓은 대륙붕 지역에 두꺼운 신생대 퇴적층이 분포하고 있어 대규모 저장소가 존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