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그간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 측이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이날 890억원을 입금하고, 추가로 이달 9일까지 티와이홀딩스 지분 등을 활용한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채권단을 설득할만한 추가 자구계획이 나온다면 워크아웃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채권단 협의회의 서면 결의를 통해 결정된다. 산은이 파악한 609개 채권자 중 산은에 신고한 채권액을 기준으로 의결권이 부여된다.
기존 채권자가 채권을 셀다운(매각)한 이후 시장에서 유통되는 경우도 있어 산은이 채권 신고를 받고 이를 대조하는 작업도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워크아웃은 산업은행에 팩스 또는 이메일을 통해 동의 의사를 밝힌 채권단이 75%를 넘으면 개시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자산부채 실사를 위해 채권행사가 3개월간 유예된다.
태영건설은 조직·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 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은 실사를 통해 채권 재조정 등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고,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경영정상화 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2차 협의회 1개월 뒤인 5월 11일에는 확정된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해 채권자협의회와 태영건설 간 특별약정(MOU)을 체결한다.
아울러 워크아웃이 성사된다면 개시 과정에서 태영건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직접 인수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반대매수청구권은 반대 채권자가 자신의 보유 채권액을 찬성 채권자에게 매수해달라고 요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산은 측은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반대매수청구권을 직접 인수하라고 요청했지만 태영건설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를 맞은 태영건설 구조조정과 관련해 최상묵 장관은 공적 자금 지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 장관은 취임 후 8일 처음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 같은 뜻을 내비쳤다.
최 장관은 우선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없다"는 취지로 운을 뗐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경영을 잘못한 태영건설 같은 기업에 공적자금 투입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을 하자 최 장관은 사업장별 정상 사업장은 유동성을 제대로 공급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단 평가에 따라 구조조정 원칙을 세워 진행해 온 결과가 태영의 워크아웃 신청임을 강조했다.
최 장관은 이어 "태영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 수요가 많이 있을 테지만 질서 있게 원칙을 지키면서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구조조정 이슈는 태영 측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새마을금고 등 정책금융기관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최 장관은 "사후적으로라도 명확히 할 부분이 있고 태영 처리하면서 정리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에 어떠한 원칙을 갖고 해당한 이해관계자나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정리해서 명확히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융권에서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태영 측 위기를 손놓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對)정부 한 정부통은 "용산(대통령실)과 당국이 태영 측 법정 회생절차를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태영과 맞물려 있는 중소형 업체의 줄도산이 불보듯 뻔한데, 선거를 앞두고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